* 게시판을 열고 폰의 자판을 두드리자마자, 이번 글은 풀어가기가 상당히 복잡하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잘못된 치료방향'을 선택한 배경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병에 대한 무지와 그로 인한 잘못된 판단'
두 번째, 부모의 바람직하지 못한 심리.
마지막으로 치료계의 여러 환경적 상황(주로 상업적인 면에서의) 등입니다.
첫번째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보는데, 그렇다면 이 병에 대한 특징과 병에 대한 우리의 오해부터 풀어가야 합니다.
몸의 센터기능인 뇌의 결함이기에 이 병이 신체 각 부분에 대해 일으키는 병리학적 증상을 풀어야하고,
또한 같은 이유(뇌의 결함)로 심리와 사회성까지 건드려야 합니다.
병리학적 측면에 있어서의 이 병 자체에 대한 오해는 또 다른 챕터를 두고 풀어갈 예정입니다.
해서, 이번 글은 이 병의 특성이 나오더라도 다소 간략하게 언급될 것입니다.
두번째 요인(부모의 불안한 심리)부터 다룹니다.
--- 참을성 있게 기다려라. 그러면 그대가 원하는 게 주어지리라 --
오늘은 제가 초등학교때 읽었던 인도의 민담으로 시작해 볼까요?
먼 옛날, 인도의 한 왕국을 다스리는 왕에게 귀한 딸이 태어났습니다. 자식이 귀했는지, 아니면 이제껏 왕자들만 두어서였는지 왕은 공주의 탄생에 이성을 잃을 정도로 기뻐합니다.
볼수록 귀엽습니다. 비단 요람 속에서 꼬물대는 모습은 궁 안의 어느 늘씬한 이국적 무희보다 아름다우며, 옹알이는 궁궐 전속 가수의 음색보다 영롱합니다.
애착도 정도가 지나치면 병이 되는지 왕은 어느 순간부터 딸 아이의 성장한 모습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됩니다.
딸과 서로 대화하고, 미모를 나라 안팎으로 자랑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힙니다.
(지금 보니 이 사람, 현실을 파악하는 뇌기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지만.. 생각해보니 저도 갓난아기인 딸이 빨리 커서 저와 대화하는 날이 왔으면 했던 것 같습니다. 미모는 물론 바라지 않았어요. 저는 망상장애가 아니니까요...ㅎㅎ )
비현실적 욕망은 점점 커져 왕은 신하들을 소집하고 딸아이를 '빨리 크게 하는 약'을 개발하거나 구해오라고 합니다.수행하지 못할 시 차례대로 참형에 처하겠다고 합니다.
신하들은 당황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자기들끼리 모여 대책을 강구합니다.
며칠 후 노대신이 왕 앞에 나와 방법을 찾았다고 고합니다.
폐하. 멀고 먼 모모 나라에 아기를 빨리 성장시키는 약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모금 마시면 5년씩 성장하는 약으로 저희가 곧 그곳을 향해 출발하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약은 음복하기 전
대상이 되는 아기가 누구에게도, 심지어 부모에게도 노출되지 않아야 효과를 거둔다는 겁니다.
좋소. 공주를 빨리 크게만 할 수 있다면 뭐든지 시행하시오.
약을 구하기 위해 꾸려진 사절단이 출발했습니다. 공주는 아무도 모르는 모처에 격리됩니다.
약이 도착했소?
폐하. 아직 모모 나라에 도착하지도 않았습니다.
오년이 지났습니다.
폐하. 드디어 그곳에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십년이 지났습니다.
폐하, 절반 정도 왔다고 합니다.
이십년이 지났습니다.
폐하,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바로 공주님께 드리겠습니다.
다음날, 스무살이 된 공주를 데리고 신하들이 오자 왕은 크게 감격하고 기뻐하며 신하들에게 금은보화를 내려 포상합니다.
" 이 약이 효과가 아주 뛰어나구려. 내 딸을 이렇게 금방 크게 만들다니...그대들의 공이 대단히 크오"
제가 치료센터에 다니며 들었던 가장 많은 말은 이것입니다.
"어머님. 우리 아이들 병에 대한 치료들은 금방 효과를 보지 않아요. 기다리셔요. 이 병은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랍니다. 어머님이 인내심을 가져야 해요. 일, 이년만에 되는 일이 아니랍니다."
압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겉으로 드러난 외상도 없는 이 병이 몇 개월 만에 금방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의구심이 듭니다.
왜 변화가 없지? 아니, 처음 시작할 때보다 좀 나아진 것도 같은데...내 착각인가? 하지만 벌써 일 년이 다 돼가잖아... 같은 특수반 **이는 지금 이 치료 안 받아도 우리 애와 별 차이 없는 것 같은데..아니, 우리 애보다 더 나은 것 같기도 해. **이가 받는 그 치료를 한 번 시도해볼까? 그럼 이때까지 받은 이 치료는 어떡하지? 일 년이나 돈과 시간을 쏟아부었는데, 아깝잖아. 저번에 치료사쌤이 그랬어. 효과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만두는 엄마들이 안타깝다고...조금만 더하면 아주 좋아지는 기회를 버리고 간다고...
이참에 둘 다 해 봐? 아냐... 부담이 너무 커. 이미 들어가는 돈이 많아 힘드는데..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없어..아이가 점점 짜증내는 것 같은데..아...어떡해. ##엄마에게 조언을 구해볼까?
치료센터 휴게소 의자에 앉아 대부분 경험해봤을 의식의 흐름일겁니다.
어머님... 가랑비에 옷젖듯 효과를 보실 거예요.
문제는 통장에서 나가는 돈줄기는 한여름 장대비만큼이나 세차다는 겁니다.
항암치료의 효과는 CT와 X-ray로 확인가능합니다.
우리의 치료효과 확인은 철저히 주관적 판단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객관적으로 증명할 데이터가 없으며, 효과가 있는듯 해도 워낙 다수의 치료를 동시에 받다보니 어떤 것 덕분인지도 헛갈립니다.
치료사들은 의심을 품지 말라고 계속 우리를 설득합니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의심하는 자, 큰 화를 면치 못하리라....
우리가 선택하는 치료분야만큼 책임을 지지 않는 곳도 드물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료 효과가 없어도 환불해주거나 보상을 해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부모조차 가늠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약처럼 부작용이라도 있으면 결단의 기회라도 가질 텐데.. 그런 것도 별로 없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을 때면 이미 몇 년의 시간과 몇 백 또는 몇 천의 돈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없습니다.
정말 받고 있는 치료로 아이가 크게 향상됐다고 보나요?
효과가 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그만둬도 별 차이 없을 것같고, 그만두자니 다른 아이들에 비해 크게 퇴행할 것같고...
제 스타일대로...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엄마가 이미 그런 고민(그것이 아무리 가볍다 할지라도)을 시작했다면, 그 치료는 '효율적으로' 효과 있는 치료가 아닙니다.
지금 선생님께 '이번 달까지만 하겠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고 말씀드려도 무방합니다.
효과가 아무리 미미해도 엄마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으면 계속 하셔도 됩니다. 제가 완벽한 전문가도 아닐진데, 그런 분들에게까지 효과가 있니없니 하면서 그만두기를 권하지는 않습니다.
오늘 오후 예정된 치료수업 시작 전, 선생님께 제 글을 보여주시면 이런 답을 얻으실 겁니다.
'어머님. 어설프게 알고 그게 전부인 것처럼 믿는 엄마들이 간혹 있어요. 엄마들은 전문가가 아니잖아요. 저희는 이십년 넘게 우리 아이들을 봐왔답니다. 이것저것 새로운 것에 혹해 시도해 보시는 엄마들이 많이 계시지만, 결국 기존 치료로 다시 돌아오시더라구요. 비전문가에게 현혹되지 마세요.'
제 아들에게 처음 진단을 내려준 젊은 의사는 제 아이에 대한 치료방법을 자세히 제시하는 대신 '치료사들'에 대한 경고부터 먼저 합니다.
' 어머님. 그 사람들, 무자격자들이예요. 요즘 난립하는 센터에 자격없는 치료사들이 너무 많아요. 오랫동안 했다는 이유로 전문가인척 한다니까요.'
센터 통해서가 아니라 병원 통해서 치료하라는 겁니다. 치료사가 아닌 자신에게 돈을 달라는 거지요.
저는 어느 쪽에서든 구원을 얻었다는 엄마를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전문가들의 이론과 소견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내가 만족할만큼의 예후를 보여줄 수 있는지 없는지는 그들의 이론및 경험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러나 아이에 관해서는 동물적인 육감이 내재되어 있다고 믿습니다. 아닌듯 싶은데...라는 회의감이 피어오르면 그 치료는 아이의 예후에 결정적인 한방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만둘 수 없는 이유에 '엄마의 불안감' 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지 그것부터 체크하십시오.
또한 엄마끼리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별 효과가 있을거라 기대는 안 해. 그런데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려구. 나중에 후회나 없게.'
엄마의 심리적 평안과 장애아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만족감으로 치료를 끌고 가지 마십시오.
냉정히 생각해보면 이 치료가 도움이 되는지 안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죠. 애써 외면할뿐)
위의 심리 때문에 결정에 있어 헛갈릴 뿐입니다.
그럼, 치료를 그만 접어야겠다는 결단을 못하게 하는 이 불안감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요?
왜 아닌듯 한 갈등을 느끼면서도, 매번 치료사 및 치료약과 치료 기구 판매자에게 설득당하게 되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자식이 가지는 '병의 실체'를 정확히 모른다는 겁니다. 치료사들도, 의사도 단편적 이론과 경험만을 알 뿐, 구체적인 궁금증과 본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합니다.
(저는 그 이유를 임상경험의 부재로 보고 있습니다. 어떤 전문가가 한 아이를 세 살부터 육십 살이 될때까지 추적하며 연구하나요? 치료사 대부분은 제한된 연령층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성인들을 관리하더라도 대상의 어린 시절을 추적하는 등의 수고로운 임상기록을 하지는 않습니다.)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면 사람은 불안해지고 불안이 강화되면 공포심이 생깁니다. 공포심은 '현실적 타산을 따져 최선의 선택을 가능케 하는' 판단력을 마비시키지요.
해서, '그렇다면 적절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은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은
'우리 아이의 병의 실체는 무엇이며, 이 병으로 인해 야기되는 현실적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라는 답이 선행된 후 주어져야 합니다.
자폐, 지적, 경계성, ADHD, 조현 등의 발달장애 실체는 당연히 철저하게 의학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에 의해야하며, 병으로 인해 맞닥뜨리는 아이들의 현실적 문제는 우리 자신의 불행한 삶에 대한 신세 한탄과 감상을 배제한 후
직시해야 합니다.
1
7세 1급 자폐 호준이는 지방 특수학교를 다니다
작년에 용인에 있는 유명한 발달학교로 옮겼습니다. 유의미한 자발어가 나오지 않기에 강력한 ABA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곳으로 옮긴 겁니다.
자해를 비롯한 감각추구가 심한 아이지만 그곳의 원장은 모든 감각추구행동을 제지시킬 것을 요구하고 외부에서의 감각통합치료도 금지시킵니다.
뇌의 가소성을 기본으로 해서 세운 원칙인듯한데...
즉, 집중적인 뇌활동을 시키면 뇌의 기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론 같습니다.
아이는 약에 의해 살이 많이 찌고 해결되지 못한 감각의 문제가 많아 보이지만 저는 그 치료를 그만두라고 강력하게 조언하지는 않았습니다.
단, 원장이 아동학대로 한 학부모에게 고발당한 내용이 모 방송국에서 방영된 후 전화를 걸어 그만 두는게 어떠냐고 말했을 뿐입니다.
왜냐면 호준이 엄마가 그 곳에서의 치료를 그만둘까 말까 하는 고민을 크게 하는 것 같지 않아서입니다.
제가 놀란 것은, 호준이 엄마가 전한 그곳에 다니는 엄마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대다수의 엄마들이 원장이 아닌, 학대피해를 입은 아이의 학부모를 원망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다른 루트로도 그 학교의 교육 상황을 접하고 있기에 고발 내용이 과장됐거나 모함이 아닌, 상당히 진실에 근접한 내용이라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곳에 다니는 엄마들이 원장의 기질과 교육 스타일을 저보다도 모를까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니고 싶은 겁니다.
제가 보기엔 고발한 아이 뿐 아니라, 계속 다니려는 아이들 역시 긍정적인 치료효과를 보지는 못할것 같은데 말입니다.
며칠 후 그 학교는 문을 닫습니다.
2
10세 2급 자폐 석우는 감각추구가 별로 없는 온순한 아이입니다. 엄마는 같은 처지의 엄마가 봐도 존경스러울 정도로 많은 것을 시도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엄마의 열정도 열정이지만, 아이가 시키는대로 반항없이 다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성과는 초긍정적인 엄마의 표현에 의하자면 '모든 치료가 다 효과 있는 듯'합니다. 스케쥴 때문이겠지만, 그가 다소 짪은 수업이긴 하나, 치료 수업 두 타임을 연이어 받는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저의 아들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석우는 작년에 이미 몇 천권의 책을 독파했습니다. 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모두 습득한 후 엄마가 부지런히 시킨 독서 계획의 성과입니다.
한글은 인지 향상에 날개를 달아준다는 멋진 말은 석우엄마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언젠가 장애관련 단체 실무자와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던 중 석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대단하죠? 발달장애계의 엘리트예요. 우리 아들은 따라가지도 못해요. 못난 녀석.
그녀는 웃으며 말하는 저를 정색하며 한참 바라보더니 한마디 툭 던집니다.
그래요? 난 우리 단체 애들 중에서 석우가 제일 걱정이던데?
그럴리가요? 온갖 행동장애에 극심한 감각추구, 반항심에 똘똘 뭉친 우리 아들의 이상적 모델형인데요..
글쎄요....아이가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엄마만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위험해요.
남의 아이 이야기는 칭찬이 아니면 더 나가서는 안되기에 저는 웃음을 거두고 조용히 커피를 마십니다.
저는 아직도 석우엄마에게 그 이야기를 못했습니다. (공동체 일원이었다면 외부단체 실무진에게 파악되기 전에 알았을 겁니다. 공동체에서는 매일 모였다하면 각자가 관찰한 아이들에 대해 보고하고 분석하고 논의합니다. 보통 자신의 아이보다 다른 아이에 대해서 더 날카롭게 캐치해냅니다. 자기 자식 엄마가 제일 잘 안다, 라는 말은 허구입니다)
3
18살 지적 2급 철민이는 학령기 이전 극히 산만하고 통제가 안됐지만 언어에 큰 문제가 없어 엄마는 경계성 정도로 파악하고 학령기에 접어들면 일반화가 되리라 예상했습니다.
예상대로 되지 않았지요. 좀 더 나은 치료환경을 위해 가족 모두 프랑스로 갑니다. 선진국답게 자폐치료 환경은 훨씬 좋았지만 언어 장벽의 문제로
몇 년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학교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학교를 그만두고 대안학교를 찾았습니다. 제법 잘되어 아이들이 많이 모였는데 문제는 철민이가 대안학교에서도 적응을 못합니다.
그곳에서는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매일 모의고사를 보고 학습을 시킵니다. 철민이처럼 어느 정도 언어, 인지가 되는 아이들인지 엄마들도 학교방침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경미해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인지라 학습이 쉽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을 때리며 관리하기 시작합니다.
철민이는 불안도가 높은 아이입니다. 자신이 직접 맞지 않아도 옆의 아이들이 맞는 것만 봐도 공포심에 사로잡힙니다.
어느날 철민엄마는 학교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습니다. 야단을 치면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는 철민이 같은 아이는 못 가르치겠다고 합니다.
아이들을 때리는 것에 대해 묻자, 엄마들이 모두 찬성했고 오히려 더 때려서라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라는 말을 듣고 철민 엄마는 대안 학교를 그만둡니다. 입학시 냈던 기부금 오백만원은 포기했습니다.
공동체에서 엄마들로부터 적절한 치료와 사회성 훈련을 받은 철민이는 겨우 육 개월만에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특수체육으로도 효과를 보지 못했던 굽어진 어깨가 많이 펴졌고, 갑작스런 회식자리조차 민감하게 거부하던 불안증은 사라졌습니다.
무엇보다도 거의 움직이지 않던 안구가 상하좌우로 원활하게 움직이게 된 것입니다.
때때로 이를 악물고 분노를 표출하던 아이는 지금 너무도 자주 밝게 웃습니다.
엄마들에게도 수확이 있었습니다. 심각한 시지각 문제가 불안도를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 해결방법도 찾은 것입니다.
대안학교에서 눈을 똑바로 쳐다본 것은 시건방져서가 아니라 안구의 움직임이 심각할 정도로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를 때려서라도 검정고시를 보게해서 얻을 수 있는 치료효과는 무엇일까요?
철민이는 17살이 될 때까지 고가의 특수체육과 피아노, 태권도 등을 배웠지만 그 어느 것도 아이의 불안도와 민감함, 그리고 시지각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4
지적 2급 10살 예솔이는 의사소통이 되고 말이 조금 됩니다. 간단하게나마 핑퐁 대화가 되지요.
엄마는 약물 예찬(?)론자입니다.
굳이 예찬이라고까지 할까 싶지만, 제가 그렇게 표현한 이유는 '할 수 없이' 먹이는 많은 엄마들과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6살 때부터 메칠페니데이트 계열의 ADHD약인 콘서타를 시작으로 메타데이트 등의 약을 복용시켰습니다.
언젠가부터는 반대기전의 약인 리스페리돈과 함께 복용시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예솔 엄마는 이 약이 예솔이의 인지와 학습의욕과 능력을 올려준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딸이 약을 복용하면서 크게 도움을 받고 향상됐다고 믿고 있구요. 부작용이 없는 케이스라 운이 좋다고까지 말합니다.
저는 예솔이 엄마가 과연 이 약들의 작용기제를 정확히 알고 있나 궁금합니다. 과연 지금 드러나지 않는다고 부작용이 없을까요?
꽤 많은 엄마들이 약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단순히 '집중력'이 부족해서 인지가 안되고 학습이 안된다고 생각 합니다. 뭐 집중력이 없으면 학습이 어렵기는 하지요.
그래서 저도 ADHD (언어, 인지 기능에 손상이 전혀 없는) 아동들은 어느 정도 약물의 도움으로 성과를 볼 수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 자폐 지적군들은 좀 다릅니다. 감각기관의 이상으로 근본적인 뇌기능에 손상이 갔기에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올리거나 내리는 등의 단순 조정으로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게 어렵습니다. 산만함은 약으로 눌러서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닙니다.
더구나 약의 장기복용은 자율신경계와 중추 신경계를 교란시키고 결국 무너지게 하는 부작용이 수반됩니다. 단순히 식욕부진, 의기소침 정도의 부작용으로 가지고 이 정도면 충분히 대가를 치를만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약물을 써서 이상행동, 문제행동을 잠재워서 얌전해진 것을 보고 병이 완화되어 인지 학습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보고 다른 엄마들에게까지 권하는 분들은 그냥 본인의 아이에게만 먹이십시오.
그 아이는 약을 먹이지 않아도 그 정도의 향상은 보일 수 있는 아이입니다.
이상행동, 지극한 산만함은 강한 감각적 자극을 충족시켜서 잠재워야지 약을 쓰는 게 아닙니다.
5
아들은 무엇을 해도 성과가 없었습니다. 토마티스나 마사지 정도 반응이 있었을까요?
그나마 토마티스는 처음 한두번 강한 반응이 왔을 뿐입니다. 앞서 말한 석우는 모든 치료사들이 좋아한 반면, 아들은 그들에게 보람을 주지 못한 아이였습니다.
일단 실내를 좋아하지 않았고, 착석하는 것보다는 오르거나 뛰어내리는 것을 더 즐겼습니다. 오르거나 내려갈 데가 없으면 제자리에서라도 뛰어야 했고, 하기 싫은 것을 시키면 적극적으로 반항했습니다.
선긋기나 한글을 시키면 거부하다가 좀더 강요한다싶으면
한밤중에라도 몰래 책을 찢어놨습니다.
석우가 모든 치료사에게 보람을 주고 칭찬을 받은 것과 달리, 우리 아들은 그들의 고개를 흔들게 하는 아이였고 그럴수록 저는 더 강하게 압박을 했습니다. 7살이 되자 모자의 갈등은 절정에 다다랐고 우리는 함께 분노하고 역시 함께 우울증에 걸렸습니다.
일상은 이미 지옥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안되는 것인가?
치료사 선생님의 말이 맴돕니다.
' 어머님. 우리 애들은 백 번 해야 해요. 일반아들이 한 두번 해도 되는 것을 우리 아이들은 거의 백 번을 반복해서 하게 해야 해요.'
마음 속에 강한 반발이 생겼습니다.
이게, 고문이 아니면 뭔가? 백 번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 장을 백 번 반복해서 습득한다 치자. 그럼 다음 장과 다다음 장 역시 백번씩을 반복해야 한다는 건가? 석우같은 아이들은 가능하다. 하지만, 이 아이는 아니다.
그리고 평생동안 모든 것을 백번 씩 하게 하고 싶지 않다. 내겐, 그리고 이 아이에겐 그런 삶은 의미없다 ....
언어치료부터 그만 두었습니다. 학습지를 그만두고 십 육만원어치 산 장애아동용 한글 책들도 모조리 치웠습니다. 작업치료도 그만 두었습니다. 그 다음 음악치료 아웃. 한참 후에는 주 1회 들어갔던 심리 운동도 정리했지요. 냉정히 생각해보니 그 정도의 사회성 치료로 기능 회복은 어림없다, 는 판단이었읍니다.
주위에서 말리는 엄마도 있었고, 걱정 안되냐는 엄마도 있었습니다.
그때도 후회 없지만, 지금도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이미 불안이나 공포심이 사라졌기에 일말의 주저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본질적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미 바닥을 쳤기에 가능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옥의 심연을 본 자에게 더 이상 두려움이 남아 있지 않은 거겠지요.
" 나방은 그저 자신에게 의미와 가치 있는 것, 자신에게 필요한 것,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것을 추구할 뿐이지...
그럴 때야말로 불가능해 보였던 것이 가능해지는 거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에서
* 이번 글에서는 생의학 치료나 기타 치료보다는 학습 인지 치료에 대한 생각을 주로 적었군요. 전자가 후자보다 좀 더 낫다고는 보지만, 그 역시 긍정적으로만 보는 건 아닙니다. 왜 학습, 인지 치료가 우리 아이들에게 생각보다 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는지는 다른 글에서 얘기하겠습니다. 몸과 병에 관련된 문제니까요.
http://cafe.daum.net/jape1234/LT4m/233
발달장애 정보나눔터 마리안느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