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광고는 아닙니다. ^^ 얼마전 남편의 친한 대학선배가 몸짱 관련 책을 냈다는 말에, 제 반응은 응??? ...이었습니다.
주변 선후배동기들 중 그럴만한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어쩐지 며칠 동안 스트레칭에 열심이더라니...
물론 몸짱이 되어 새 인생을 맛보게된 중년 남자의 환희야 우리와는 직접 관계가 없습니다만, 저는 이 책의 제목을 좀 빌어 써야겠습니다.
몸이 전부다.
아이와 저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멘토와의 만남은 바로 이 문장이 일상을 점령하게 만들었습니다.
자폐와, 이 병을 지닌 아이와, 이런 아이를 자식으로 둔 엄마라는 자리에 대한 이제까지의 관념을 완전히 부수는 이야기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저는 빠르게 적응하고 흡수해 갔습니다.
제가 워낙 똑똑하고 영민해서가 아닙니다. 이미 바닥을 쳐서 마음이 많이 비워져 있었던 데다, 그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이 병에 관한 궁금증에 대해 만족스러운 해답을 얻은 경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 ( 30년이 넘는..) 경험하고 연구한 것들을 제게 쏟아부어 주었고, 그것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생소하지만 아이의 임상적 경험에 맞춰볼 때 조금의 반박도 할 수 없는 자폐에 대한 경험적 이론들.
센터, 기관,미디어 아래 숨겨져 있어 경험해보지 않아
미처 몰랐던 잔인할 정도로 적나라한 사회적 환경.
일반인 대상 교육이나 치료법과 혼재되어 오류를 범해왔던 양육방법.
소위 말하는 성공 자폐인과 그 엄마들의 실체.
우리가 열정과 모성으로 자행하는 수많은 오류들.
제 자신의 무지. 무지. 무지. 온갖 무지들.
일단, 놀랄 정도로 이 병에 무지했던 것을 무릎 꿇고 바로 인정한 저에게 멘토인 선배맘은 우선 각종 기본 서적을 탐독하기를 요구했습니다.
자폐관련 성공 수기나 자폐증을 의학적으로 다룬 책이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몸에 관한 책. 신경학, 심리학 등의 책이었는데, 몇 몇 개를 들자면
빌라야마르 라마찬드란의 두뇌실험실이나 프로이트의 기본 심리학 서적.
신경활성 호르몬 관련 책과 영양과 해독 관련, 정형외과의가 쓴 인체의 뼈와 근육에 관한 책 등입니다.
'시간만 나면 몸에 관한 책을 읽어. 우리 자신이 의사가 되고, 영양사가 되며, 치료사가 되고, 심리상담사가 돼야해. 가능한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해. 그리고 아이를 면밀히 관찰해. 우울해하거나 자기연민에 빠지는 여자들은 아이를 고칠 기회를 못 잡을 것이고, 그래서 성공할 자격이 없는 여자들이야.'
그분으로부터 지겹도록 듣는 말은 관찰.관찰. 관찰.관찰입니다.
넌 아이를 관찰할 줄 몰라. 배워. 항상 아이를 관찰하고 모든 증세와 이상행동에 대한 원인과 해답을 생각해.
넌 아이의 손가락들이 마론인형처럼 구부러져 있다는 걸 몰랐니? 넌 너 아이의 손목 스냅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걸 못 알아챘어? 넌 아이의 눈동자가 고정되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을 못 느꼈어? 넌 아이의 걸음걸이가 미세하게 균형이 맞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니? 넌 아이의 목소리가 기계적이라는 것은 신경 안썼니? 뛸 때 양 팔이 조금 덜렁거리는 건 알아? 무릎은? 발목은? 변의 상태는? 침은 거품이 많아? 맑아?
네, 네. 저는 몰랐습니다.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언어가 안되고 한글이 안되고 인지가 오르지 않은 것만 신경썼으니까요.
몸의 문제가 해결되면 인지는 반드시 올라오게 되어 있어.
문제는 몸이라구!! 멍청아!!
제 멘토의 단언은 클린턴의 캐치프레이즈(It's the economy, stupid !!) 처럼 선명합니다.
아이의 표정을 읽고 해석해! 아이의 변의 상태를 체크해! 몸의 동작시 관절의 움직임을 파악해!
뇌는 언어, 인지만 관장하는 게 아니야. 뇌는 몸의 모든 부분을 지배하고 역으로 몸은 다시 뇌에 영향을 준다.
뇌가 결함을 보충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명령하는 모든 감각추구는 지칠 때까지 충족시켜줘. 언젠가 뇌도 포기하겠지만, 그때까지만이라도 해야해. 그건 이상행동이 아니라 생존본능이야.
지금으로선 되지도 않을 언어, 인지는 우선 내버려둬.
대학을 가고 번듯한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는 게 목표가 아니야. 네 아이의 몸은 앞으로 점점 망가질 거야. 뇌뿐만 아니라 정신도 무너지게 돼.
아이 때는 몰랐던, 앞으로 만나게 될 분노발작은 가장 무서운 존재야.
난 아직도 분노발작이 두려워. 지금도 긴장해.
자폐는 그런 병이야.......몰랐어?
네,네. 몰랐습니다. 어쩌든지 일반인에 가깝게 만들어 남들이 가는 대학도 보내고 직장을 가지고 예쁜 여자와 결혼도 시키는 게 꿈이었어요..
얘....자폐는 만만한 병이 아니야....
멘토와의 인연으로 그 전에는 쉽게 접할 수 없던 성인 발달장애인들을 만나고 이 병이 '만만한 병' 이 아님을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경미하다 싶은 지적 3급인데도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하루 종일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
몸의 각 부분의 기능이 점점 망가져 핸드폰 들기도 힘든 지적 2급 아이.
어린 시절 약간의 감각추구행동이 있었으나 언어, 인지 손상이 없어 장애등록도 없는 조현 아이.
일반학교를 멀쩡히 나왔으나(그러나 어린시절 소통과 사회성에 다소 문제는 보인) 뒤늦게 발현된 조현과 그걸 누르기 위해 복용한 약의 부작용으로 걷기도 힘든 아이.
특별히 예후가 나쁜 아이들인가요?
아니. 얘네들은 어린 시절 네 아들보다 상태 좋았어. 손상도가 경미하잖아. 나빠보여도 센터나 복지관에 그럭저럭 다니며 생활하잖아. 한 달 몇 만원 주는 보호작업장도 많이 가 있고.
자폐 2급 이상 정도의 이, 삼십대는 시설에 많이 가지. 지적장애도 나빠지기는 마찬가지야.
인터넷에 올라오는 성인 발달 장애 엄마 글들 속의 애들은 이렇지 않던데요...
신경쓰지마. 포장은 세상 어디에나 있으니까. 아니면 아직도 자식의 병을 파악 못하고 살고 있던지..
그런 영양가 없는 것에 신경쓸 시간에 네 아이를 관찰해. 적어도 넌 지금부터 치열하게 싸우면, 네 아들을 얘들보다 훨씬 행복하게 부모와 함께 생을 누릴 수 있는 아이로 만들 수 있어.
우리가 본질적인 것을 발견하고 해답을 알아가면
우리 아이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어. 단, 매순간 긴장하고 치열해야해. 자기연민이나 감상에 빠질 여유가 어딨어. 울면서 신세한탄이나 하는 여자의 아이는 부모 복이 거기까지인 거야. 너 자식을 그런 불운한 아이로 만들지마.
나와 같은 어리석음을 갖지마. 많은 시간을 시행착오로 인해 아이와 나를 고통스럽게 했어. 내 운명에 대한 분노로 시간을 허비했어. 너는 그러지마. 내게 모든 걸 배워. 할 수 있어. 너에겐 온갖 실패를 경험하고 그 속에 방법을 찾아낸 내가 있으니까. 내겐 도움을 주는 선배가 단 한 명도 없었어.
한의학, 양의학, 명상, 해독, 민간요법, 심리학, 화학, 병리학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탁월하고 (지금도 연구 중) 새로운 논문이나 연구결과를 가장 발빠르게 접해 자료를 보내 줍니다.
사회 각 기관의 시스템의 운용체계를 꿰고 있고 어두운 이면이나 실상에 대해서도 해박하죠.
모든 시간은 발달장애에 대한 분석과 시도로 쓰입니다. 아들의 기적적인 회복을 두고 책을 쓰라는 주위의 권유도 있지만, 모든 것은 아직 진행중이라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어쨌든 무수한 관찰과 시도 끝에 얻어진 가장 큰 결론은
몸의 문제이므로 몸을 연구하고 몸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약이나 기구가 아닌, 자기 스스로 근육을 제어하며 동작하는 치료적 운동으로 말입니다.
(물론 그 전에 해독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이게 주 몇 회, 매일 한 두시간 정도로 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체력 강화의 의미가 아닌, 치료효과를 거두기 위한 운동은 발달장애에 적합해야하며(특히, 고유수용감각개선을 중점적으로)
그 양이 처음은 아닐지라도 결국 압도적이어야 합니다. 엄마가 직접 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용이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며, 세밀하고 조심스런 사회성 훈련과 심리적 자극이 그와 병행해서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남에게 맡기면 월 천만 원도 부족할 테니, 부모가 해주는 수밖에요.
몸이 전부다. 몸이 작동되기 시작하면 많은 것들이 해결되기 시작합니다.
배변 문제, 양치 문제, 젓가락 숟가락 쥐는 문제가 가끔 올라옵니다.
많은 분들이 이것을 인지가 낮아서, 혹은 심리적 문제로 분석하고 양육훈련으로 접근하는 걸 보면 안타깝습니다.
대표적인 고유수용의 문제들입니다. 몸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들이죠. 물론 변을 여러 번 보거나 지리는 건 장의 문제이구요.
일반아이들의 배변훈련으로 접근하면 해결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뇌와 몸은 끊임없이 서로 소통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소통기능이 망가져 있습니다.
몸이 전부다.
http://cafe.daum.net/jape1234/LT4m/236
발달장애 정보나눔터 마리안느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