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장애아(뇌성마비)를 손주로 둔 나이드신 분께 상당히 긴 교육을 받고 왔습니다. 몇 번 뵌 적은 있으나 대화를 해본 적은 없었는데, 함께 선생님을 기다리는 중, 그 분이 먼저 말을 거셨네요.
우연인지 지난밤에 올린 글과 내용이 매우 비슷해서 외전식(^^)로 올려봅니다.
진혁(가명)이는 13세 뇌성마비 남아입니다. 휠체어를 타지만, 가끔 목발을 짚고 다리를 끌고 다닙니다. 수줍어하긴 하지만 배려심 많고 구김이 없어 저는 근육병 환아인줄 알았습니다. 오늘에서야 할머님을 통해 뇌성마비인줄 알았습니다.
진혁이 아버님은 제가 사는 동네의 개인병원 내과의 입니다. 아래층에 진혁 어머님의 신경정신과 병원이 있습니다. 의사부부입니다.
진혁 어머님은 제 아이가 한달 반 동안의 ADHD 약 시도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때 유일하게 이 약의 부작용을 인정하고 끊기를 권하신 분이라 신뢰가 가는 분입니다. (찾아간 모든 정신과 의사들이 ADHD약은 그런 발작적 부작용이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습니다)
대뜸 진혁 할머님이 말을 거십니다.
제 옆에는 지적 2급의 문성이 엄마가 함께 있었습니다.
뭔 치료를 하시오? 약을 먹이오?
아니오. 약은 먹이지 않고 있습니다. 치료는 별 거 없습니다.
잘했오.
뜸을 들이시더니 대뜸 말하십니다.
운동! 운동이 최고요. 우리애들에겐 운동 밖에 없소.
십년 넘게 저것을 데리고 내가 안 다녀본 곳, 안 해본 것이 없소. 결국은 운동밖에 없더라고.
병원 약은 절대 안돼!! 한의사들 권하는 약도 다 필요 없소.
공부도 됐고, 애들이 살 길은 운동 뿐이야. 젊은 엄마들이라 내 말을 받아들일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머님. 지당하신 말씀이세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 맞장구에 힘을 얻으셨는지 그 때부터 한 시간을 말씀하십니다.
막내인 진혁이 태어나자, 며느리는 막내만큼은 직접 기르고 싶다며 시어머니의 손길을 완곡히 거절합니다. 서운한 마음에 발길을 자주 하지 않았는데 돌이 지난지 2개월쯤 후 아들집을 방문한 할머니는 아이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기지 않고 배로 밀고 다니는 겁니다.
할머님은 직접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데리고 가 뇌성마비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그 동안 의사였던 아들 내외는 전혀 징후를 알아채지 못했던 것입니다
(저는 이점이 참 이해가 안갔습니다. 전문지식이 없어 아이의 문제를 알아채지 못한 것에 대한 저의 자책감을 좀 덜어도 될 듯싶습니다)
그 때부터 할머니의 10년 넘는 시간에 걸친 고군분투가 시작됩니다. 할아버지의 조력을 받습니다. 두 노부부는 손주에게 헌신합니다.
각종 특수 센터, 병원, 기관을 다니며 최선을 다합니다.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 보니 처음 시도해 보다가 자신의 판단에 아니다 싶은 것은 과감히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성격인듯 싶습니다.
아이는 중증이었습니다. 다섯 살때까지 말을 못했고, 몸은 일으켜 세우지도 못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본 어느 뇌성마비 아이보다 상태가 좋아 보입니다.
이런 일들은 자랑해야겠지 않소? 우린 좋은 일은 서로서로 자랑해야해. 그래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
맞습니다. 어머님.
그리고 몇번의 만족스럽지 못했던 시도와 유명한 연대 세브란스 소아병원의 담당의에 대한 비난이 좀 이어지고 결론이 맺어집니다.
운동, 운동 뿐이야. 그걸 알아야해요. 애들을 살리는 길은 운동밖에 없거든. 지금은 내가 매일 진혁이를 데리고 두시간 씩 슬링센터에 가서 운동치료를 받고 있어. 슬링센터 아시오?
아니오. 모릅니다. 운동치료기관인가요?
그곳을 알아보고 다녀봐요..
네. 알아보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저는 주 몇 회 두시간 정도는 제가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을 거라는 건 압니다. 감각기관의 이상이 없는 뇌성마비와 우리는 또 다르니까요..)
세상에나, 거기 센터에 어떤 아이가 댁의 아들처럼 자폐인데 아주 심하지 뭐요. 처음 온 날 벽이며 바닥을 있는대로 치고 다니고 괴성을 지르며 날뛰더라니까.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오. 얌전히 선생님께 인사하는 걸 보면..역시 운동밖에 없어.
그 아이는 꽤 많이 했나보다 싶었습니다. 아니면 센터 외 부모가 다른 것으로 신체자극을 줬을 수도 있구요.
그 뒤로 그 분이 보기에 잘못된 치료방법을 고집하다 망쳐버린 아이들 두 서너명 이야기를 듣고 저는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내가 지금 팔십인데... 십 년만 젊었으면 좋겠소. 우리 진혁이가 완전히 달라졌을 건데 그게 아쉽다오.
아니오. 어머님 지금도 너무 훌륭하십니다. 진혁이는 할아버님, 할머님께서 전부 만든 아이입니다.
제 뒤통수에 대고 할머님이 또다시 강조합니다.
약은 안 돼. 우리 애들 살 길은 운동 뿐이라오. 명심해요...
방금 두 시간 전쯤 있었던 일입니다. ^^
어머님. 건강하셔요....
http://cafe.daum.net/jape1234/LT4m/237
발달장애 정보나눔터 마리안느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