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일반화 성공담은 저 먼 남쪽 어디선가로부터 불어오는 미풍처럼 우리들 사이로 흐릅니다.
거의 대부분 그 미담의 주인공은 어디에 사는 누군지는 정확치 않습니다. 치료 센터 휴게소에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강의실에서, 학교 장애아부모 친목 모임에서, 각종 장애관련 게시판에서 이 봄바람 같은 이야기는 슬며시 나타나서 우리 가슴을 뒤흔들고는 어느새 흔적없이 사라집니다.
아이가 어느날 언어가 터지더니 일반애보다 더 유창하게 말을 한대...
일반고를 갔는데 일반애들보다 더 성적이 좋대...
지금 입시준비하고 있대.
세상에 SKY를 갔다는데?
여자친구가 있대. 장애인 여자애말고 일반여자애..
놀람과 부러움으로 눈이 커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병이 완치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가슴이 뜁니다.
사실 이것도 아이가 어릴 때나 그렇고...
아이가 성장하며 이런저런 현실을 겪고 이 지긋지긋한 병의 실체를 조금씩 깨달아가는 연차 좀 되시는 엄마들은 냉소합니다.
그런데 어찌된 게 그 뿐입니다. 이게 무슨 도시괴담도 아니고 도대체가 일반화시켰다는 풍문의 주인공들은 우리 앞에 실체를 드러내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에게 이 희망찬 미담을 전해주는 사람도 직접 보고 얘기하는 건지..아니면 자신도 어디서 듣고 왔는지 확실치 않습니다.
우리같은 장애아 엄마이면 후자일 가능성이 크고, 아니면 적어도 우리를 상대로 영업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전 글에 말씀드렸듯이 멘토는 아들의 병 해결을 위해 전국 곳곳을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났습니다. 그 사람들 중에는 이 도시괴담, 아니 미담의 주인공들도 있었습니다.
성공신화에 속지마. 이 바닥에서 스타가 된 아이들과 그 엄마들의 실체를 잘 알아봐.
사실 최근까지도 저와 멘토는 성공한 이들을 찾아 추적했습니다. 물론 그들의 실체를 밝히고자 했던 게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도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합니다. 우리에게 그들의 성공 노하우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멘토가 항상 우리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내가 이 병의 회복과 치료를 위해 선택하고 행하는 방법들이 잘못됐다거나 효과가 없다는 사람이 나타나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주면, 난 즉시 우리가 시도하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를 따를 거야.
이 모든 것에 즉시 Goodbye!!!!
난 내 자식이 제일 중요해.
듣는 우리들도 웃지만, 우리는 압니다. 멘토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말야...난 아직 더 나은 대안을 못 찾았어.
누군가 알려줬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이렇게 끊임없이 운동을 하고 애들의 심리를 살피고 자극을 주는 게 사실 쉬운 건 아니잖아. 난 언제라도 새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어쨌든 성공했다는 이들을 추적하며, 우리가 우선 발견한 사실은 중간 어느 시점부터 이들의 흔적이 끊긴다는 겁니다.
화려하고 뜨거운 연애를 하다가 바닥까지 보이는 감정싸움을 하며 결국 헤어진 연인이 연락처를 끊고 자취를 감추는 경우도 이렇게 철저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찾아보려해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책을 내고, 유명 게시판에서 맹활약을 하고, 매스컴과의 인터뷰도 찾아지는데...어느 순간부터 끊긴 겁니다.
직접 만나보고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할 수없이 그들이 남겨놓은 기록들을 꼼꼼하게 검토했습니다. 멘토는 그들이 쓴 한 줄 한 줄을 다 분석했습니다.
사실관계의 오류. 오류. 오류.
전후상황의 모순. 모순.모순.
행간에 비치는, 장애자식을 가진 결손을 세상으로부터 보상받고 인정받고자하는 욕망.
자폐의 근본조차 이해 못하는 시각.
심지어 애초에 아들이 지적인데도 회복 성공한 자폐인것처럼 여기저기서 유명세를 누리는 이도 있었습니다. (일부러는 아니겠고, 본인이 자폐라는 병에 대한 파악을 못한 듯싶습니다)
이미 실제 인물들도 만난 경험이 있는 멘토와 달리 저는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제가 열광했던 엄마의 수기가 멘토에 의해 한 줄 한 줄 박살나는 것을 보며 참담해한 기억이 납니다.
어린 아이 엄마들이 모인 유명 카페에 올려진 그 사람의 여러 편의 글들은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열광케했고, 저는 그 글들을 복사해서 여기저기 전달했습니다.
저 자신, 그 글들을 신주단지처럼 저장해두고 수십 번을 읽고 또 읽으며 희망을 키웠는데...
' 이 엄마, 위험해. 우울증 단계에서 조울증까지 넘어간 것 같은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이 희망에 가득차고 열정으로 불타는 성공 사례담 속에 우울증의 그림자가 어디에 비친단 말인가. 일반화에 성공한 아이 엄마의 기쁨과 자부심이 이렇게 흘러 넘치는데...
아무리 뛰어난 직관력으로 우리를 자주 놀라게 하는 멘토지만, 솔직히 좀 넘겨짚은 면이 있지 않나 싶었습니다.
한참 후, 저는 우연히도 그 엄마와 한 동네 산다는 분을 인터넷상에서 만납니다. 청지각 기구에 대한 정보교환으로 접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말을 듣게 되지요. (얘기하다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음...제 생각으로는 그 엄마 이상해요. 아이를 놀이터에서 봤는데, 누가 보더라도 자폐 아이였어요.
그리고 들떠있는 느낌? 제가 이상하다는 것은 며칠 전에 했던 말의 내용이 완전히 바뀌고는 하는데(심지어 자신의 직업조차도), 자기가 그것을 인지 못하는 듯해서 기분이 묘했어요.
오. 마이. 갓.
멘토에게 말하니 간단히 대꾸합니다.
조울증이랬잖아. 그 병에서 자주 보이는 증상이야.
허언증.
실소만 납니다. 이걸 동네방네 뿌리고 다니며 무슨,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는 무술비법서처럼 몇 년동안 소중히 간직하고 다녔던 내 모습이 귀엽고도(?) 애처러워서...ㅠㅠ
얘, 너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진짜를 가려내는 눈 좀 키워야겠구나.
네.네. 선생님.
일반화 성공담을 다 믿지는 마.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던 것은 아니었을 거야.
성과가 분명 있었겠지. 미친듯이 노력하고 주입하면 어느 정도 올라가는 것처럼 보여.
하지만 이 망할 놈의 병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크게 세 가지인데,
성공한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그게 아닌 거야. 그래서 숨어 버린 경우.
숨지 않고 적당히 유명세를 즐기면서 계속 너같이 어리버리한 엄마들을 속이는 경우.
마지막으로, 끝까지 자신이 성공했다고 '믿는' 경우.
이게 가능한 건 이 병이 종교와도 비슷해서야.
왜 종교에 열광해? 실체가 보이지 않는 건 믿기도 어렵지만, 뒤집어 보면 그렇기에 검증없이 무엇보다도 강하게 믿을 수 있다는 거야.
정말 진정한 일반화에 성공한 엄마는 없나요?
왜, 있겠지. 다만, 내가 만난 적이 없을 뿐이야. 그래서 누구라도 좀 내 앞에 데리고 왔으면 좋겠어.
나는 모든걸 버리고 그 사람을 따를 준비가 되어 있어.
책을 써보라는 권유에 응할 생각이 없는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이 병이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 거의 완성됐다고 믿고 안심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지 누가 알겠어. 내가 직접 허울좋은 성공담의 실체들을 목격 했잖아. 엄마가 긴장을 늦추면 안돼.
이 병은 그런 병이야.
관찰을 게을리 하지마. 공부 열심히 해. 알고 가면 두렵지 않아.
너무도 실망스러운 이야기인가요?
하지만 멘토의 아들은 매일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계속 진화하는 게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아들에 대해 여전히 희망적입니다.
http://cafe.daum.net/jape1234/LT4m/242
발달장애 정보나눔터 마리안느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