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ㅡ 'Sorrow'
화폭을 가득 채우다 못해 넘쳐 흐르는 것은 단순한 슬픔만이 아닙니다. 매독에 걸린 창녀였던 그녀는 다섯 살 어린 딸이 있었으며 둘째를 임신 중입니다.
그녀를 둘러싼 시간은 마치 영원히 정지된 것처럼 보입니다.
고개를 파묻고 그녀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요.
저는 그녀의 아이들 앞에 놓인 생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생은... 이렇게 심연과도 같은 짓눌림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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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에서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 지적 2급 서른 세 살 병철씨는 할아버지 대부터 상당히 재력 있는 집 출신입니다. 아버지는 전문직종에 있습니다.
아버지는 그를 위해 시골에 땅을 마련했습니다. 농사라도 짓고 사는 생활을 대비한 것입니다.
결국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아닙니다. 그 땅을 처분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선배맘은 오래전 농산물 검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아들과 농사를 지을 생각이었던 겁니다. 그 자격증은
지금 장롱 안에 있겠지요.
제 주위에 열 살 자폐2급인 남자아이가 있습니다. 공무원인 엄마는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톡으로 장애 현실을 다룬 뉴스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줍니다. 제법 현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농고로 진학시키겠다고 합니다. 벌써부터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는듯 보입니다.
언젠가 같은 처지의 맘에 맞는 부모들끼리 모여 농장 을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농사를 짓는 꿈을 꾼 적이 한번쯤은 있을 겁니다.
자연 속의 논과 밭,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줄 각 종 동물들, 노력한 만큼 정직한 결과물을 돌려주는 땅은 우리아이들의 경제적 상황도 해결해줄듯 보입니다.
위의 경우 모두, 지적이든 자폐든 이 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이런 미래설계 계획이 나왔다는 겁니다.
젊은 시절, 그 꿈을 꾸고 시도도 해보았던 선배맘은 웃습니다.
아이는 어느새 그늘로 도망가고 대신 엄마가 하루종일 뙤약볕 아래서 아이몫까지 중노동을 하게 될 거야.
장애관련 기관 실무자에게 물어보니 단번에 잘라 말합니다.
' 농사요? 에이, 우리 애들 농사 못 지어요. 얼마나 게으른대요...'
앞부분은 맞고 뒷부분은 틀린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농사 짓기 힘듭니다.
그러나 그의 말처럼 ' 게을러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선입견 중 하나가 '운동' 과 '농사'를 하는 데는 머리가 필요 없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 몸' 만 있으면 된다고.
농부의 하루 일과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노동의 각 부분을 디테일하게 분석해 보십시오.
농업은 상당한 고강도의 힘이 필요하며, 더 중요하게는 각 과정마다 섬세한 동작들이 무수히 요구된다는 것을 금방 깨달으실 겁니다.
TV에 나오는 농촌관련 프로그램 보니 아흔 넘은 분들도 농사 짓던데요? 보통 육십대 이상분들도 하지 않나요?
그 분들은 어릴적부터 단련되어 숙련된 요령을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 뇌기능 장애가 없는 일반인들입니다. 비록 노쇠해서 기력이 부족하긴 하지만.
자연 속에 일어나는 돌발변수에 대처하는 인지 기능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몸이 되지 않습니다.
이십대 아이들 중 허리를 굽혀 땅에 떨어진 물건을 못 집는 이가 꽤 됩니다.
손목 스냅이 제대로 안돼 음료수 병마개를 못 여는 십대도 많아요.
팔을 올리라고 했을 때, 번쩍 들어올리는 아이들이 생각외로 없을 겁니다. 반만 어중간하게 올리죠.
무릎을 완전히 구부려서 쪼그리고 앉았다 재빠르게 일어서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요?
발목을 접고 10분을 앉아 버티는 아이가 많을까요?
우리아이는 잘 되는데요?
열 살 미만이죠? 만약 십대 중반을 넘겼는데도 위의 동작들이 잘 된다면, 님은 정말 아이의 몸관리를 잘 하신 겁니다. 특급 칭찬 드립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위의 동작들은 모두 농사를 짓는데 필수적인 동작들입니다.
앞의 병철군은 풋고추를 못 땁니다.손목 동작이 안되기 때문이죠.
선배맘은 아들을 데리고 밭에 갔습니다만, 십 분도 안돼 사라지고 없습니다.
살이 찐 것도 아니고, 언제나 몸을 움직이는 것을 즐기는데도, 밭에서의 노동은 너무도 힘듭니다. 아마 무릎 때문이겠지요.
아이의 미래를 두고 농업을 염두에 두신다면, 우선 몸을 고쳐야하는 밑작업을 계획하셔야 할겁니다.
농사가 여의치 않다면, 이제 무엇으로 아이의 미래를 대비해야 할까요?
정녕 아이보다 내가 더 오래 살고 한 푼이라도 더 버는 수밖에 없을까요?
지금이라도 생활자조훈련에 돌입해서 일상생활을 혼자서도 영위할 능력을 갖추게 해야 하나요?
물론 맞습니다. 준비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차려먹고 설겆이 한 후, 지역센터에 가서 시간을 보낸 후 귀가. 다시 밥을 차려 먹고 설겆이 후 취침. 청소와 빨래.
그런데 인생은 이 정도로의 기능으로 영위될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나마 뇌전증이나 분노발작, 우울증이 없어야 이 정도의 생활도 가능합니다.
공동체 일원인 아스퍼거 재호씨도 이 정도는 무리없이 가능합니다. 오히려 일반인 여성인 저보다도 낫습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도와줄 엄마가 없습니다. 누나가 있지만, 자신의 가정이 있는 누나는 엄마가 아닙니다.
시설에 가지도 않고, 엄마, 아빠도 없으며, 친구도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형과 누나, 언니, 동생이 있다고요?
아십니까? 부모가 죽은 후 시설 입소를 서둘러 진행하는 이들은 장애인들의 형제자매들입니다.
부모가 시설로 보낸 때는 가슴이라도 아파하며, 최고의 시설을 알아보기라도 하지요. 형제자매들은 그런 애절한 노력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난할 수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혈연의 장애로 인해 심각한 내상을 입는 것은 부모만이 아닙니다.
내 옆에 앉은 비장애인인 예쁜 딸은 동생에게 안 그럴 것 같지요? 사위가 그럴 수도 있습니다.
비장애 형제자매가 장애 동생이나 오빠를 애틋해한다고 자랑하는 글을 접하고, 의기소침해하거나 부러워하지 마십시오. 별나게 복이 많은 가정인가보다, 하고 넘기세요.
대부분의 장애 가정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후견인이 접하는 성인 장애 피해 사건의 가해자는 형제자매일 경우가 압도적입니다.
평범한 가정일 경우에도 학대는 아니더라도 큰 도움이 못 돼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우리 스스로도 한 자식이 또 다른 자식에게 도움이 되길 바래서도 안되구요. 금전적인 면뿐 아니라 정신적인 도움을 기대하는 것조차 트라우마가 될 수 있습니다.
시설도, 형제자매도 못 믿겠다면 돈이 있습니다.
공동체 도와주시는 분의 매형 되시는 분은 강남의 목사입니다. 신도가 한 명도 없다는군요. 그런데 어떻게 사시냐구요? 그 분은 성인 장애인을 전적으로 케어합니다. 시설에 보내는 건 싫고, 자식이 관리는 받아야 하는 강남 부자들에겐 이런 방법도 있나 보더군요.
문제는 우리가 월 몇 백을 감당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노후도 지탱하기 힘듭니다. 우리가 가고난 후 다른 자식들이 거금을 부담할까요?
그래서 모두들 시설에 보내는 겁니다. 오빠를, 동생을, 언니를 말입니다.
저는 소규모 공동체가 대안이 된다고 봅니다.
제 아이는 지금 멘토와 그 아들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제 아이가 서른이 넘으면 저와 제 아들은 멘토의 아들을 도울 겁니다. 여기서 도움은 식사나 이동을 보조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몸이 정상화에 도달했고 인지가 계속 상승 중인데, 그 정도 기능은 이미 가능합니다.
엄마가 그를 위해 해왔던 모든 일들을 뜻합니다.
어떤 돌발상황이나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저와 제 아들이 그를 도울 것이고, 제 아들은 또 더 어린 친구의 도움을 받을 날이 오겠지요.
하지만 기능 정상화를 위한 치료가 반드시 근본 목적이어야 합니다.
해서, 공동체 결성은 센터 가입과 달리 신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단순한 치료기관, 단순한 보호기관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으로서의 '운명 공동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물리적인 관점으로도 열 명을 넘을 수 없습니다.
아이와 우리가 부딪치는 문제와 그 해결 노하우도 공동체 안에서 점점 적립되어 서로 공유될 것입니다.
잠깐 언급했지만, 비장애인인 우리의 또다른 자식들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볼까 합니다.
그들에 대한 우리의 오해와 불안. 그리고 그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들.
글들이 너무 길다고요?
이미 경고했지 않습니까? ^^
멘토의 아들(흰옷)동영상입니다.
팔, 다리, 무릎, 발목등의 움직임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발로 체중을 지탱하는 동작은 우리아이들에게 필수적인 치료훈련입니다. 균형유지가 안되는 것은 뇌기능 장애로 인한 수많은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그 뒤로는 가르쳐주시는 분과 공동체 일원의 아이(일반아동)입니다. 역시 동작들을 잘 봐주십시오.
(* 영상의 경우는 옮겨 오는데 문제가 있어 링크로 대체합니다-신창민 심리운동센터)
http://cafe.daum.net/jape1234/LT4m/245
발달장애 정보나눔터 마리안느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