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베른 - 15소년 표류기.
8살에서 13살 사이의 열 다섯명 소년은 뜻하지 않게 표류하게 되고, 그 후 정착한 무인도에서 생존을 위해 작은 사회로서의 공동체를 운영하려고 애쓴다.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단일 목적 아래에서도 갈등과 분열은 피할 수가 없다.
윌리엄 골딩- 파리대왕
파리대왕은 비슷한 상황이나 좀 더 인간 본성의 근원적인 문제로 파고든다. 함께 맞닥뜨린 절박한 환경, 해결해야할 같은 문제점을 두고도 소년들은 극렬하게 대립한다. 이성적 성찰 능력은 점점 밀려나고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최소한의 시도는 결국 궤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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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는 엄마들이 직접 관여하고 운영하는 소규모 공동체의 장점들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1.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치료.
2. 치료와 관리에 있어서의 경제적 부담의 감소.
3. 아이들의 관리체계와 마인드에 대한 신뢰.
4. 부모의 노후시나 사망시에도 안심할 수 있는 대안.
5. 비장애인 형제자매에 대한 양육 고민의 해결.
6. 부모의 정신적 고통과 정서 치유의 기능
등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적합하고 효과있는 최선의 치료' 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굳이 홉스의 리바이어던에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까지 끌어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미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다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교, 회사, 종교단체, 친목회, 동호회, 팬카페 등 각종 조직과 모임에서 반목과 갈등이 넘쳐 납니다. 인터넷 동호회가 조금 커지는 듯 싶으면 언제나 분파가 생겨 분리되는 일은 허다합니다.
학교, 회사(큰 규모), 군대가 분리되지 않는 것은 갈등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강력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개인 간의 갈등 정도로 구조적인 존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소규모 공동체는 흔들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깨지면 그만입니다.
저희가 겪었던 일들, (지금도 극복하고 재정비할 필요가 있는 사항들)을 몇 몇 가지 언급해 보겠습니다.
1. 구성원 각자가 원하는 바가 다르면 공동체는 불안정하다.
우리는 뇌기능 장애라는 병을 가진 자식을 둔 엄마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각자가 원하는 바가 미세하게 다릅니다.
아이의 병증에 따라, 나이대에 따라, 또 엄마 자신의 기질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집니다.
최대한 병의 원인을 찾아 그에 적합한 치료를 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기능의 정상화를 목표로 뛰고 싶은 엄마(저는 이 군에 속합니다. 다행이 리더인 선배맘도 같은 과라 안심입니다. ^^)
병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치료 개선보다는 센터나 복지관에서처럼 시간을 보내고 보호관리 받기를 원하는 엄마(보통 자식이 성인이 되었거나, 장애아가 본인의 자식이 아니라 형제인 경우)
몸의 정상화나 치료보다는 보호작업장 같은 역할을
공동체가 하기를 원하며 어떤 식으로든 수익 사업을 벌여 일련의 경제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싶은 엄마 (역시 자식이 성인이거나 조현인 경우)
아이의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뇌기능이라는 병에 대한 인식 차이로,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각자 엇갈리는 겁니다.
근본적인 방향설정이 이렇게 다르면, 공동체의 정체성이 흔들리며 분란의 소지가 계속 일어납니다.
선배맘이 공동체를 만들 때, 우선 뜻을 같이하는 사람보다는 다양한 병증과 나이대를 고려해서 접근하다보니 이런 문제점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일례로, 조현(저희는 손상도가 경미한 아스퍼거로 봅니다)은 일반학교를 나와서 우리와 달리 과거 치료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더구나 언어, 인지 기능의 손상이 없어 아직도 자식이 장애인이라고 생각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약을 써봐도 그다지 큰 효과가 없는 지적, 자폐와 다릅니다.
약을 쓰면 조현의 각 증상은 놀랄 정도로 빠르게 제압됩니다. 중추신경은 계속 망가지겠지만.
즉, 굳이 운동이나 인지 치료를 애써 하지 않아도 약으로 손쉽게 즉시 해결(?)볼 수 있다고 착각하기에
피나는 고통을 감수할 의욕이 없습니다.
또 서른이 넘은 자식(특히 감각추구나 분노발작 문제가 없고 언어가 그럭저럭 되는 지적장애)을 둔 부모는 이제 운명에 적응된듯도 보입니다. 센터나 복지관 잘 다니고 하루하루 무리없이 일상을 보내는 정도면 만족입니다. 주기적으로 심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병원에 단기 입원시키거나 약을 복용해서 누르면 됩니다.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저희는 얼마전 선배맘의 결단으로 체육관을 옮겼습니다. 모두 n분으로 부담하여 경비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중간에 선배맘이 마음을 바꿔 모든 비용을 100% 자신이 부담했습니다.
몇 몇이 함께 조금이라도 부담하기를 원하고 요청했지만, 선배맘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왜였을까요.
몇 몇 엄마들이 위와 같은 내용의 일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치료보다는 아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서 수익을 내고 배분하는 프로그램을 계획했는데, 이는 가능한한 최선을 다해 병을 고치고 몸과 뇌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는 선배맘과 우리들의 공동체 철학과 정면으로 배치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뇌신경망을 하나라도 더 만든다, 라는 의지.
이 비전을 흔들림 없이 끌고 가기 위해 현실적으로 드는 비용을 한 개인이 전부 부담한 것입니다. 사실 너무 큰 희생입니다.
공동체를 처음 결성시 , 아무리 적은 인원일지라도 그 방향성과 철학을 애초부터 확고히 정리해서 출발하는 게 좋습니다.
2. 공평하다면 백만원도 기꺼이 내지만, 불공평하게 생각되면 십만원도 내기 싫다.
소규모 공동체는 전적으로 엄마들의 시간, 노동과 돈으로 움직입니다. 장애인 부모가 아닌 이는 전문적으로 운동을 관리하는 관장님 한 명뿐입니다. 고맙게도 자원봉사를 해주시는 분들도 몇 몇 계시지만, 거의 모든 것은 엄마들이 직접 합니다.
돈을 내고 다니는 센터가 아니기에,경제적 비용을 부담하는 것만으로 공동체 일원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직장을 가지신 분은 힘듭니다.
치료와 제반 운영은 엄마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고 작업합니다. 돈으로 대신 하려든다면 월 수백만 원을 내셔도 부족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로, 내 아이와 이 병을 매일 관찰하고 분석하고 함께 의논하고 배우려면 매일 같이 수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잠깐 언급했지만, 방향과 목적이 다른 분들은 비용만 부담하시고 참석을 잘 안합니다.치료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의 아이를 관찰하고 공부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입니다.
열성적으로 매일 같이 함께 뛰는 몇 몇 엄마들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상황이 쉽게 오며, 저는 이 문제는 저희 공동체도 재정비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멘토의 경제적 출혈이 상당하며, 건강도 걱정스럽습니다. 과로로 피로가 누적되는 게 눈에 띄게 보입니다.)
3. 강력한 리더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와 함께 조직체의 견고하고 정확한 시스템화도 필요하다.
선배맘은 제가 살면서 만나왔던 그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입니다.
날카로운 현실 감각과 판단력
직관력과 통찰력.
탁월한 지적 능력.
응용력과 실행의지.
냉철함과 동시에 매사에 공정하고 사리사욕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30년이 넘는 기간의 실패와 시행착오 경험의 소유자입니다.(저는 이 점을 가장 높게 봅니다)
저희 공동체는 사실 현실적인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분리되지 않고 심각한 위기가 그나마 덜한 것은
독보적인 일인의 능력 덕분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위에 예로 든 소년들의 두 공동체는 결국 쪼개지는데, 그것은 리더가 둘이었기 때문입니다.
십오소년 표류기에서 프랑스 소년 브리앙은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지만, 영국 소년 드니팬을 압도하지는 못합니다.
파리대왕의 랠프와 잭은 서로를 완전히 누르지 못하지요.
혹자는 모든 사회는 갈등과 분란이 없을 수 없으니 정반합의 원리를 잘 따라서 유지하면 되지 않겠냐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끊임없는 토론과 설득의 과정을 통해.
아이의 생을 바라보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보다 근본적인 상위 개념입니다. 엄마들이 가지는 철학인 셈입니다.
이 상위개념은 토론과 설득으로 조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방향과 뜻을 같이 한 다음에 치료과정이나 케어의 세부 사항을 논의할 때나 필요한 것입니다.
( 대립을 조율할 중간자적인 존재도 현실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미국인 소년 고오든은 대립하는 둘을 화해시키려 애쓰지만 결국 브리앙의 손을 들어줍니다. 파리대왕의 상황은 더 나쁩니다. 중개자인 사이먼은 먼저 '지성'을 상징하는 안경을 잃고, 그 다음으로는 대립군의 한쪽에 의해 목숨을 잃습니다. )
그렇다면 독보적인 리더가 없으면 제대로된 공동체를 만드는 게 아예 불가능할까요?
나서기를 좋아하고 자기 과시욕이 강한 사람은 어디든 있지만,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뛰어난 리더감도 체력이나 경제적인 면까지 우월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공동체를 결성하실 때, 철저히 방향을 같이 하는 분들과 함께 하십시오. 그리고 우수한 리더를 찾았다 하더라도, 운영과 각종 제반 사항에 관련된 원칙과 규칙을 확실히 하시기를 권합니다.
(저희 공동체도 지금 이 점에 있어 문제가 되어, 재정비를 할 계획에 있습니다.)
올바른 방식으로 시스템이 정착되면 강력한 리더가 없어도 됩니다.
4. 시설 완비에 얽매이지 말라. 병의 치유는 시설설비나 도구가 해주는 게 아니다.
선배맘에게 아이를 데리고 상담하러 오시는 분들은 저희 공동체가 사용하는 공간이 예상 외로 단촐하고 간소하다는 것에 놀라실 겁니다.
치료센터에서 볼 수 있는 각종 기구들도 없고, 앉고 서는 가구들도 거의 구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지하상가를 임대해서 운동할 수 있는 최소한도의 공간으로만 만들어 놓았을 뿐입니다.
물론 경비 문제도 있지만, 저는 소수라 할지라도 여러 명이 함께 하는 곳에 많은 비용을 들여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분란이 일어나면 돈의 문제는 언제나 불쏘시개 및 화약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앞에 잠깐 언급했듯이 매 달의 운영비는 공동부담하지만, 체육관 임대및 시설 인테리어(최소한의)는 선배맘이 전적으로 부담했습니다.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분란에 단초를 제공하기 싫다는 취지였습니다.
아무리 가치높은 대의명분으로 시작한 일일지라도, 돈의 문제는 무시 못합니다.
되도록이면 치료에 족하는 정도의 최소한의 조건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5. 많은 인원이 함께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철저히 '몸의 문제점을 해결해서 뇌의 결손을 복구시킨다'는 전제하에, 운동치료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운동만으로 자폐증이 고쳐질까요?
그렇다면 패럴림픽에 출전한 발달장애인들의 인지, 언어 기능은 거의 정상화되야하고, 전국에 있는 특수체육 치료실은 빌딩을 올렸을 겁니다.
운동과 더불어 일상 속에서 무수한 심리적 자극이 들어가야 합니다.
일례로 예민함과 불안도가 몇 개월 사이에 놀랍도록 줄어든 철민이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병적 불안은 우선은 심각한 시지각의 문제에 원인이 있습니다.
적합한 공동 운동과 개인 pt로 조금씩 몸을 강화해 나가서 안구의 움직임은 놀랄 정도로 풀렸지만, 그것으로 인해 생긴 불안도가 바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17년 동안 지속된 문제였으니까요.
일상에서 아이가 무수히 드러내는 불안의 상황을 그때마다 심리적으로 접근하여 해결합니다.
(주로 리더가 합니다. 왜냐면 아직 다른 엄마들은 배우는 입장이고 아이의 심리를 읽는데 서투르기 때문입니다)
효과는 놀랍습니다. 시지각과 불안도는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많이 해결된듯 보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심리, 언어, 인지 방면으로 자극이 끊임없이 들어가야 하는 아이들이 철민이 하나가 아니라는 겁니다.
스물, 서른 명이 되면 엄마들의 능력치를 벗어나게 됩니다. 열 명이 넘는 순간, 효율적 치료는 불가하다고 보면 됩니다.
다섯 명 정도도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경비 문제가 부담이 될 것입니다.
일곱에서 여덟은 항상 함께 운동하고 생활해야 합니다.
한 두 명 특별한 상황에서 빠진다고 치면 열 명 정도가 적당할듯 싶습니다.
대충 이러저러한 문제점들을 몇 개 들어 얘기해 보았습니다. 사실 우리가 겪었고 지금도 진행중이며 해결 안된 것도 있습니다. (리더는 늦가을쯤 재정비해볼 생각인듯 합니다)
그러나..장점이 더 많습니다. 시도해 보십시오.
우선 세 명만 모여도 좋습니다. 조금씩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평생 함께 가야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십시오. 처음 열 명이 모두 끝까지 함께 하기는 힘듭니다.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겪다보면, 결국 끝까지 같이갈 열 명이 확보될 것입니다.
변두리 동네 지하상가면 임대료와 월세가 그리 비싸지 않을 겁니다. 운동할 수 있는 바닥과 매트 정도 있으면 되고, 후에 시작할 인지, 언어 학습을 위한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가 몇 개 있으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엄마나 아빠의 정보와 지식입니다.
뇌기능 장애와 인간의 신체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십시오.
발달장애아뿐 아니라 인간의 심리에 대해 쉼없이 고찰하십시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매순간 관찰하십시오.
이 게시판만 하더라도 잘못된 정보와 치료정보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일반인인 부모의 관점으로 발달장애 자식에게 접근하는 양육법.
정작 치명적인 분노조절이나 우울증을 대충 넘기고
일반인이 쉽게 가지는 기능을 습득시키려 애를 쓰는 모습들.
(리더의 아들은 성인이 되도록 숟가락, 젓가락질이 안됐습니다. 이 병을 몰랐기에 아이를 때려서 가르쳤지만 될 리가 없습니다. 일반아가 아니라 뇌에 문제가 있는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병이 고쳐지기 시작하자,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정확한 동작과 자세가 나옵니다.
엄격하고 반복적인 훈련으로 젓가락질이 비슷하게 될지라도 그것은 아이에게 고통입니다. 근본적으로 신경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근본을 고쳐야 합니다.)
병을 알고, 아이를 알게 되면...
이 병이 고쳐질 수 있다는 희망도 생깁니다.
다음 글은 제가 올리는 마지막 글이며, 주제 없이 이것 저것 얘기하는 일종의 잡설 정도 되겠습니다..
http://cafe.daum.net/jape1234/LT4m/253
발달장애 정보나눔터 마리안느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