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에펠탑에서의 결혼식은 '환상적'입니다.
아름다운 남자와 여자. 푸른 크리스탈 탑과 빛나는 태양. 풍성하고 싱싱한 잎을 달고 있는 키 큰 나무.
눈부신 색채를 헤집으며 바이올린의 선율은 그림 밖으로 흘러 넘칩니다.
노팅힐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휴 그랜트에게 이와 비슷한 샤갈의 결혼식 그림을 선사하며 사랑을 고백합니다.
아이의 병을 다섯 살 후반에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운전하고 가다가 차창 옆을 지나가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보는 순간 눈시울이 확 뜨거워졌습니다. 긴 생머리. 밝고 투명한 질감의 원피스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에 여자인 저도 매혹됩니다.
내 아들은 저렇게 아름다운 존재와 평생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 일은 없겠구나...
옛날 일입니다. 자식의 이 병이 천형과도 같이 저주받은 운명으로 생각되어 제 스스로 '자기연민'에 빠졌던 시절의 기억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진정한 이성관계가 가능하며, 사회 속에서 법적으로 인정하는 결혼 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에둘러 가지 않겠습니다. 어렵습니다.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일반인'인 부모의 시각으로 아이의 미래와 일생을 봐서는 안됩니다.
장애부모의 수많은 오해와 착각은 바로 이 점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혹자는 옛날 시골에 한참 모자란 총각도 참한 처자 만나 애 너덧 낳고 늙어서까지 잘 살더라...
맞습니다. 그런 경우도 상당수 있었을 겁니다. 제가 공공후견인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업을 들었을때, 사회복지 관련 강사분(40대후반 정도)의 아버지가 바로 그런 분이었지요.
자신의 아버지가 경계성 지적 장애(4급에서 5급 정도? 등록은 받지 않은듯합니다)를 지닌 분이었다고 합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시골 동네가 친인척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었으며, 농사가 주된 생업인
작은 동네였기 때문입니다. 대도시와 달리 위험요소가 적은 공간이었던 셈입니다.
이웃이 모두 혈육이었기에 여행도, 행사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가 가능했고 인간적 무시도 크게 없었던 듯합니다.
그러나 강사의 아버지는 평생 남에게 이용당했다고 합니다. 그 여파로 그녀는 중년이 되서까지 금전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지요. 장애, 특히 정신장애를 가진 이들의 결혼은 절대 권해서는 안되는 거라고 누누히 강조합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어머니와 형제들의 고통이 너무도 컸다고 합니다.
아이엠샘(I am Sam)이나 7번방의 기적은 스크린 속에서나 존재하지요.
지적장애는 위와 같이 결혼까지는 가능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자폐성과 조현은 더더욱 힘듭니다.
인류사에 있어 모든 관계를 통틀어 가장 정교하고 난이도 높은 관계는 이성간의 관계이며, 그것을 제도화시킨 게 결혼입니다.
경제와 노동의 운명 공동체이기에 단순한 계약 관계가 아니며, 부부는 기본 인적 네트워크의 중심이 됩니다. 생물학적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종족번식의 기본 도구체이기에 사후 강력한 제재도 받습니다.
자, 모든 사회학적 기능을 떠나, 현실 속의 결혼은 어떠한가요? 다음 미즈넷과 네이트 판을 몇 번만 클릭해도, 각종 이유로 상대를 원수처럼 증오하며 파괴시키려는 부부 이야기가 넘쳐 흐릅니다. 일반인들이 말입니다.
자폐가 무엇인가요?
뇌기능 장애로 인해 소통에 있어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는 병입니다.
타인과의 소통을 뜻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일단, 일차적으로 자신의 뇌와 신체의 전 신경망 및 감각기관과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곧 외부세계와의 소통부재로 이어집니다.
인간관계에서는 DNA를 공유하는 부모와 더 나아가 형제자매와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고기능이나 경계성, 아스퍼거는 좀 다를 거라구요?
유감입니다만, 인터넷에 '완전체'를 검색해보면, 온갖 혐오와 질시가 가득한 에피소드가 쏟아질 겁니다.
뇌기능장애를 미처 모르는 일반인들이 붙여준 조롱섞인 별명. 완전체. 인지, 언어 문제 없고, 대학, 직장 멀쩡히 다니는듯 보이는데 이상하게 소통이 안되는 외지인.
하지만 우리는 금방 알아챕니다. 아스퍼거구나.
"결혼하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는데, 남편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했던 말 되풀이하며 자신의 얘기만 해요. 내 말을 못 듣는 것 같아요. 미쳐버릴 것 같아요."
"님의 남편은 완전체예요. 어서 도망가세요."
일반인들의 무지함은 어떨 때보면 야수보다도 더 흉포합니다.
고도의 복잡한 관계성을 요구하는 결혼과 연애에 있어, 소통의 장애는 치명적 결함입니다.
소통은 언어나 인지가 어느 정도 기능을 한다고 해서 작동하는 게 아닙니다. 인지나 언어기능이 자폐나 지적장애보다 월등히 뛰어난 조현 역시 소통에 있어 취약합니다. 모든 뇌기능 장애의 공통된 문제점입니다.
소통 부재와 더불어 강박과 분노조절장애는 치명적인 걸림돌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경미하거나 가끔씩 보인다고 해도, 세상 어디에도 그걸 견딜 수 있는 배우자는 없습니다. 부모도 감당하기 힘듭니다.)
제가 유일하게 아는 정상화에 성공한 자폐성 장애인은 기능 회복에 성공하여 인지가 트이는 순간부터
'결혼'을 강렬히 원했습니다. 새로운 관계, 새로운 인생을 원했던 거겠죠. 하지만 엄마는 계속 설득하고 그 욕구를 조금씩 가라앉힙니다.
아무리 정상화에 가까워졌다해도 아들이 현실적으로 결혼할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냉정히 판단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혼'이 아니라 아직 많은 자폐적 문제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엄마의 노력으로 그는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어진 듯합니다. 대신, 자신의 미래나 주위상황, 그리고 자신에 대한 존재적 고찰과 사고력이 놀랄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부모가 장애 아이의 인생을 두고 감상에 빠지면 안됩니다. 엄마의 자기연민일 뿐입니다.
일반인들도 사랑하는 상대를 못 만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정우성은 우리에게 위로가 됩니다. 결혼 생활이 행복한 경우보다 불행한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대한민국의 비혼률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한번의 생에서 결혼을 못하고 홀로 지내면,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행복과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듯 싶은가요?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어려운 결혼문제보다 더 신경쓰고 해결해야할 일들이 산적해 있습니다.(자폐를 치료하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부모에 한하여..)
강박, 분노조절장애, 원활하지 못한 소통 기능, 불안감, 십대 이후부터 무너지는 각종 신체적 문제,
최소한의 사회적응력 문제와 아직도 부족한 언어기능과 상황 판단력.
자식이 아무리 나이 먹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 병의 치료, 조금이라도 정상화에 가까워지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있는 한, 부모는 오히려 냉정해집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주제가 안되니 결혼은 꿈도 꾸지 말라가 아니라, <현실을 냉정히 파악하고 본질적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우선 순위를 둠에 현명한 판단을 하자> 는 겁니다.
감상에 빠지지 마십시오. 엄마가 현실보다 더 냉혹한 시선을 가질때 비로소 이 병의 치유는 현실적이 됩니다.
* 이번 글에는 제가 아는 현실 속의 사례는 일부러 넣지 않았습니다.
* 제 글을 읽고 불안과 좌절을 겪는 분이 계시다면, 유감입니다. 제가 심한 자기연민과 절망으로 비롯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을 때, 저를 구원해준 것은 다름아닌 외부의 냉정한 객관적 견해와
성공한 선배맘으로부터 배운 엄중한 현실 인식(제 글의 몇 배는 더 가혹한)이었습니다.
저는 이 난치병의 치료는 우리가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지 않는한 절대 성과를 거둘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불편한 진실(제 자신은 그렇게 믿고 있는)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http://cafe.daum.net/jape1234/LT4m/229
발달장애 정보나눔터 마리안느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