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글은 특히 경계성 부모님들에게 불편함과 반발심을 일으킬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언짢으실 것 같으면 넘기실 것을 권합니다.
- 엄마의 공포심은 결국 아이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
중학교 때로 기억합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화요일 밤마다 방영됐던 '전설의 고향'은 청소년들에게도 대단한 인기였습니다.
'내 다리 내놔라' 같은 공전의 히트작이 방영된 다음날 아침이면 교실 안은 드라마 이야기로 난리였습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제게 가장 무섭게 느껴졌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친구가 미처 챙겨보지 못한 저에게 들려줬던 전설의 고향입니다.
어느 마을, 언젠가부터 공동으로 쓰는 귀중한 우물가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떠돕니다. 실제로 그 귀신이 사람들을 해하였는지 어떤지는 확실치 않으나 한번 조성된 공포는 검은 안개처럼 마을을 감아돌아 사람들은 그 두려움에 짓눌리게 됩니다.
오백냥을 내걸자 온갖 칼잡이들이 몰려듭니다만, 모두들 그 장소로 가서 한시진도 못 버티고 도망쳐 나옵니다. 결국 나서는 사람도 없는 지경이 됩니다.
어느 흐린 날 오후, 한 젊은 아낙이 굶주리고 지친 모습으로 마을을 지나갔습니다. 등에는 아직 어린 젖먹이를 포대기로 묶어 업고 있었지요.
마을 사람들에게 밥을 구걸해서 배를 채운 여인은 돈 오백냥에 끌려 자기가 한번 그 귀신을 없애보겠노라고 말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반신반의하지만 뭐, 손해볼 건 없기에 처리만 해주면 오백냥은 당신 거라며 어떤 칼잡이가 두고간 긴 검을 여인에게 줍니다.
한밤에 우물가에 홀로 남겨지자 여인은 포대기로 아이를 다시 단단히 묶고 익숙치 않은 칼을 꼭 쥡니다. 아이를 촌장에게라도 맡기고 오면 좋으련만.. 그녀는 우리처럼 유달리 모성애가 강한 이였는지도 모릅니다.
우물가에는 거목이 다 된 버드나무 한그루가 가지들을 낭창낭창 늘어뜨리고 있는데, 바람이 불고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쉭쉭 소리를 내며 머리채를 흔들기 시작합니다.
아낙은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공포가 조금씩 솟아오릅니다. 긴 칼을 허공에 대고 몇 번 휘둘러 보는데,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커져만 갑니다. 공포심으로 거의 미칠 지경이 된 여자는 갑자기 자신의 어깨를 짚는 무엇인가에 놀라 비명을 지릅니다. 등 뒤의 아이가 소리쳐 웁니다. 사실, 버드나무 가지 한 줄기가 닿았을 뿐인데, 여자는 이성을 잃고 미친듯이 칼을 휘둘러 댑니다. 악을 쓰며 울던 아이는 어느덧 아무 소리가 없습니다. 뜨뜻미지근한 무엇인가가 등을 적시고 피비린내가 진동합니다.
실체를 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사람의 이성을 잃게 만듭니다. 자식이 가진 병으로 인해 야기된 불안과 공포가 우리의 내면과 일상을 장악하게 내버려둔다면, 우리들의 아이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잘못된 판단과 대응으로 아이가 위험에 처해지는 상황에 있어 가장 많은 두 가지 경우는
첫째, 아이의 병을 인정하지 않는 것.
보통 8살에서 9살까지가 심리적 저항선인듯 싶은데, 경계성 엄마들의 마지노 연령층은 더 높을 때가 많습니다.
둘째, 이 병을 의학적, 과학적으로 정확히 알지 못해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라서가 아닙니다. 제가 만난 수많은 의사, 치료사, 약사, 해당 기관 공무원, 선배맘들 중 이 병을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 다섯도 안됩니다),
이에 맞는 치료법을 제대로 인지못하고, 결과적으로 잘못된 방법으로 돈과 시간과 열정 낭비를 하며 아이를 혹사시키는 경우입니다.
효과 없는 항암제를 계속 투여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암세포가 증식하듯 자폐증이 야기하는 온갖 병리적 부작용은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누적됩니다.
이번 글은 사례가 많습니다.
(어제 제 글을 읽은 분이 전화를 걸어 'ㅇㅇ엄마 이야기가 있던데, 글 보고 화내면 어떡하니' 하고 걱정하시더군요. 뭐, 사과해야죠..)
이번 글은 그 첫번째에 관해 다루겠습니다.
<<< 병을 헌실적으로 인정하는 순간, 내 아이는 장애인이 되는 것.. ? >>>
1. 어느 날, 민수(8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좋은 심리상담소를 소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전까지도 피아노 학원을 잘 다니고, 미술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 자랑한 것 같은데...공부도 곧잘 한다는 것 같지? 뭐가 문제지?
아이는 급우들과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킵니다. 자기가 선생님인것 마냥 친구들에게 지적질을 하는 겁니다. 한 두번이지 매번 이런 식이면 반에서의 왕따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
민수와 제 아들은 같은 베이비시터로부터 케어를 받았습니다. 40대 후반의 베이비시터는 약한 우울증이 있었고, 낮에 가끔 한 두잔의 술을 마시기도 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사실 그것말고는 아이들을 빈틈 없이 잘 케어하기는 했습니다.
민수는 제 아들보다 1년 가량 먼저 특수 어린이집에 입학했습니다. 폭력성, 언어장애, 심리불안..발달상의
문제점이 보였으나, 저의 아들과 달리 빠르게 언어가 트이고 거의 정상화 된듯 보입니다.
학교는 일반반입니다. 장애등록은 받지 않았습니다.
당연합니다. 그 부모는 민수가 장애아동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들에게 있어 민수는 베이비시터로부터 심리적 상처를 받아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아이입니다.
치료는 미술치료, 음악치료, 심리치료 정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민수가 저의 아들과 마찬가지로 '뇌기능 장애'를 가진 아이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병원 진단조차 받지 않은 아이인데도 말입니다.
(각종 심리 상담 센터만 다녔습니다.)
의학 자격증도, 전문 상담 자격증도 없는데 어떻게 단정짓냐고요?
공동체가 좋은 점은 (나중에 자세히 다룰 겁니다)
우리가 매일 공동으로 케어하는 대상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 멘토는 소규모 공동체에 있어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그것은 연령층과 병증의 다양화였습니다.
가장 어리게는 일곱살부터 가장 많게는 서른 여덟.
열살 이하와 십대후반, 이십대 초반, 이십대 중반, 삼십대 초반과 중반.
자폐, 지적, 경계성, 조현, 그리고 일반 아동까지 있습니다.
저는 이 시도가 획기적이라고 보는 게 비슷한 나이대와 병증을 묶은 다른 그룹에 비해, 엄마들에게는 놀라울 정도의 임상적 비교 관찰 경험을,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비약적인 치료성과를 거뒀기 때문입니다.
잠깐 옆으로 빠졌는데, 어쨌든, 이 조건은 교차 검증이 쉽습니다. 성인 장애인의 어린 시절을 역추적하면 현재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어린아이들의 증세에서 현재 성인의 고착화된 증상을 개선할 실마리를 얻구요.
민수는 적절한 치료 없이 성인이 되면, 서른 여덟살의 재호씨가 될 겁니다. 왜냐면, 재호씨의 어린 시절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민수의 지금 모습과 같기 때문입니다.
둘의 영유아기 모습도 상당부분 겹칩니다.
감각추구가 분명한데도 언어인지가 되다보니,
그 행동은 병리적 증세가 아닌 일반 아동의 다소 엉뚱한 짓으로 치부됩니다. 저는 민수엄마가 감각추구라는 단어를 알고 있기나 하는 건지 의문입니다.
민수 엄마는 민수의 '약간' 문제되는 이런 행동이 전적으로 문제 있는 베이비시터에 기인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정상의 우수한 아이로 태어났는데, 잘못된 양육으로 이렇게 약간 남다른 아이가 됐다고 말입니다.
제가 아는 자폐 1급 아동의 엄마는 시어머니가 손녀를 방치한 게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겪을만큼 겪은 성인 엄마들에게서조차 '우리 아이는 완전히 정상으로 태어났는데, 누군가 잘못해서...'
라는 말이 나오면 저는 한숨부터 나옵니다.
모든 유전병이 대부분 그렇듯 뇌기능 장애도 3세 전후해서 발현됩니다. 우리가 조기개입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죠. 태어날 때 정상처럼 보였다는것은 착각일 뿐입니다. 가수 김태원의 아들도 이때 눈맞춤이 안되기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는 정상아이처럼 보였다는군요.
좋습니다. 학대, 방임 등 온갖 부정적 양육 환경이 트라우마가 되어 아이들의 발달과정에 치명적인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고아원이나 각종 센터에 위탁된 일반 아동들은 상태가 훨씬 나빠야 합니다. 6.25 동란을 겪은 영유아들의 대다수는 자폐 1급 수준은 되야 합니다. 전쟁 자체가 가장 강도 높은 학대와 방임의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아는 심리 치료사(그분의 아들은 자폐 1
급입니다)의 말입니다.
'영아시절부터 무시무시한 폭력적 학대에 장기간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이 제게 옵니다. 트라우마가 심각하지요. 그러나 일반 아동들은 역시 우리 아이들과 다릅니다'
서른 여덟 재호씨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일반학교만 다녔으며, 군대도 다녀왔습니다. 장애인이 아니었으니까요. 최근에 검사한 지능검사에서는 아이큐 105로 나왔는데, 젊은 시절에는 더 높았을 거라 추정됩니다.
지금은 직업이 없으며, 미혼입니다. 장애 센터에 다니며, 우리의 치료 공동체에 있습니다.
제대로 된 직장이 있었던 적은 없었는데, 단순 노동을 요구하는 알바 형식의 일자리에서도 바로 해고당했기 때문입니다.
손님들에게 끊임없이 지적질을 했기 때문입니다.
손님들이 매대의 물건을 흐트러뜨리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마치 민수가 친구들이 교실을 어지르는 것을 참지 못하듯 말입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기능을 십분 활용하고 우리 엄마들에게 가르쳐 주지만, 애석하게도 김밥 3줄의 가격이 계산이 되지 않습니다. 서른 다섯의 자폐2급은 바로 답이 나오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휴대폰의 계산기 기능은 아예 쓰지 않습니다.
악화된 고유수용감각의 기능은 회복하기 어럽겠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나이가 있으니까요.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고 성대의 고유수용문제로 평상시의 목소리는 기어들어가며 노래가 안됩니다.
센터에서의 마찰은 지금도 반복적으로 진행중입니다.
생각해보니 민수는 6살 때도 특수 어린이집에서 반친구들에게 선생님 역할을 하며 지적질을 끊임없이 해댔습니다. 그때 민수 엄마가 했던 대응은 어린이집에 반을 바꿔달라고 강력히 항의했던 것입니다.
거의 일반화되가고 있는 민수가 자폐, 지적 2-3급 정도되는 아이들반에서 수준차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7살 되던 해 상위반으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서 '지적질'은 성격이나 기질이 아닌 '인지기능 저하'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보통 인지라고 하면 '언어와 학습인지기능'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쉽습니다. 경계성 엄마들을 끊임없이 희망고문하며 잘못된 치료방향을 잡게 하는 원인입니다.
이 아이들은 언어에 큰 문제가 없으며, 학습도 부단히 시키면 곧잘 따라하며 성과를 거둡니다.
인지란 과연 '언어와 학습적 능력'이 다 일까요?
인지의 개념은 우리 생각보다 더 복잡합니다.
삼차원적 공간과 사차원적 시간을 인식하는 능력과 더불어 인간에게 필수적인 인지기능이 바로 상황판단입니다.
자신이 맺는 관계, 즉, 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조직 관계선상에서 자신이 수행해야할 대응법을 캐치하는 겁니다.
일반 아동들도 10세 전까지는 이런 기능이 서투릅니다. 그러다 조직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기술을 습득합니다. 외부 환경에 아예 관심없는 손상도가 심한 자폐를 제외하고는, 경계성, 아스퍼거, 지적, 조현 및 자폐스펙트럼 범주에 든 모든 아이들은 이 기능에 취약합니다.
네. 이게 바로 사회성 기능이지요.
재호씨와 민수는 바로 이 기능에 문제가 있으며, 이것은 고도화된 사회 속에서 생존에 큰 위협이 됩니다. 보호받아야할 장애센터에서조차 계속 방출당하고, 가장 큰 사회성 교육장인 학교에서 배척당합니다.
사회성은 심리의 문제도, 기질의 문제도 아닌 바로 '인지'의 문제입니다.
(자폐성향으로 인해 기능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중증 자폐의 사회성은 나중에 따로 다루겠습니다. 이 또한 치료불가한건 아닙니다)
민수엄마는 집에서 왕복 4시간 거리의 모래치료센터를 소개받았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 해볼 생각이라 합니다. 한시간 정도겠지요. 돈을 더블로 주면 2시간도 가능하겠군요.
제가 권했습니다.
뇌기능 장애일 수도 있으니, 뇌신경 전문의를, 여의치 않으면 뇌신경 장애를 많이 다뤄본 치료사를 만나 상담해 보는 게 어때?
두가지 치료 방향 중 하나만 고집할 게 아니라 열린 가능성으로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안전하지 않을까?
그게 맞는 것 같다며 고맙다고 인사하며 전화를 끊은 며칠후, 민수 엄마는 곧 왕복 4시간 거리의 모래상담치료센터를 다니겠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심리치료사가 상처가 너무 많은 아이라서 심리치료가 급하다고 했다나 어쨌다나...
처음 자폐증 치료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을 때,
이 땅의 의학계가 뇌신경 전문의가 아닌 소아정신과 의사들에게 우리 아이들 문제를 배정한게 문제입니다.
미국이나 중국은 신경전문의가 발달장애를 다룹니다.
뇌기능 장애를 인정하는 순간 아이는 선천적 장애인이 됩니다. 그러나 심리나 환경적 원인으로 몰고 가면 치유가능한 일반아동에 불과한 거지요.
부모가 '마음 편한' 길을 택한 것입니다. 아이에게가 아닌 자신에게.
민수는 초등학교 뿐 아니라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지적질'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적절한 치료가 개입되지 않으면 말입니다.
재호씨가 군대에서 선임병들으로부터 무지하게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군대를 가고, 직장을 가고, 결혼을 하는 행위 자체가 성공인것 마냥 그 성취를 목표점으로 잡아 희망을 가지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2. 경수는 7살입니다. 보통 특수 어린이집 아이들은 빠르면 5살, 늦어도 7살 후반이면 장애등록을 받습니다. 학교 진학문제와 활동보조 서비스 등 각종 혜택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경수는 사회성이 좋습니다. (사회성 '기능'이 좋다는 게 아닙니다. 많은 지적 장애아들이 사람을 좋아합니다만, 사회성 기능이 좋은 건 아닙니다)
자폐 스펙트럼군에 속한 아이들과 달리 인사도 잘하고 핑퐁 대화도 됩니다. 단, 발음이 심하게 뭉개져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합니다.
경수 부모님과 친하지는 않으나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로부터 종종 말을 전해듣습니다.
장애인이 아니니, 장애 등록은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는 것. 따라서 일반학교 일반반에 보낼 계획이라는 것.
두 달 전 감통 치료를 받기 위해 들른 특수 어린이집에서 경수와 제 아들은 서로 스쳐지나게 됩니다. 자폐 2급인 제 아들이 손을 들어 '안녕' 이라고 했을 때, 경수의 표정은 무표정하고 눈동자에는 외부인에 대한 인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1년을 같이 생활했는데...
자폐적 성향이 좀 더 강화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 비슷한 상황이 한 번 더 있었습니다.
경수는 소근육의 쓰임이 전혀 안되는듯 합니다.
젓가락질이나 숟가락질이 안되고 신발끈을 묶지 못합니다. 옆집의 자폐 2급아이도 신발끈을 묶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걸음걸이가 조금씩 어색하기 시작합니다.
공동체 일원인 서른 세살의 병철은 말이 청산 유수입니다. 지적 2급이지만, 언어의 수준으로 보면 3급이나 경계성으로 보입니다. 네이버 정치란의 기사는 모두 꿰고 있고, 저는 누군지도 모르는 kbs 메인 앵커 후임에 관한 관심도 대단합니다.
신발끈을 묶지 못합니다. 젓가락을 오래 들기 힘듭니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3분을 걷지 못합니다. 손목 관절이 망가져 스냅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핸드폰을 드는 손이 무게를 못이겨 떨립니다. 무릎이 구부러지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말을 잘하고 사회성이 좋았으며 의사소통이 잘 되었습니다. 아니, 잘 되는듯이 보였습니다. 부유한 집안 환경으로 아낌없는 사랑과 지원을 받았습니다. 경기도 내 최고의 특수학교를 죽 다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신발끈을 묶지 못합니다.
3
저희를 많이 도와주시는 사회복지사 분께서
자폐 1급의 9살 조카와 그 엄마를 데려왔습니다.
아이는 대사기능이 무너지기 시작했는지 얼마 전부터 급격히 살이 찌기 시작했습니다.
괴성을 지르고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합니다.
아이의 엄마가 말합니다.
"우리 재민이는 사실 2급 정도인데, 제가 항목을 거의 부정적으로 체크해서 1급을 받았답니다. 그리고 성장기 내내 정상이었다가 갑자기 이렇게 된 거예요"
이미 장애아동을 두고 각종 특수학교, 대안학교를 섭렵한 우리들입니다. 그 엄마의 착각일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1급이기에 1급을 받은 것입니다. 아이는 상당히 심각한 상태였지만, 엄마는 받아들이고 싶은 것만 받아들입니다.
계속 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월 삼백을 투자할 때도 있다는 엄마에게 우리의 현실적 조언은 먹히지 않은듯 했고, 그녀는 그다지 만족하지 못한 채 떠났습니다.
젊은 엄마들이 많이 모이는 네이버 카페가 있습니다.
거북맘 vs 토끼맘.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단순 발달지연이겠지요? 자폐면 어떡하죠?"
"자폐만 아니면 좋겠어요"
"자폐만 아니면, 희망이 있을텐데 혹시 자폐일까 밤잠을 못 이뤄요."
"여러분, 기뻐해주셔요. 의사쌤이 자폐는 아니래요"
무지하고 배려없는 초보맘들의 넘쳐나는 글에 간혹 진성(?) 자폐엄마들이 서운함을 토로하는 글들이 올라옵니다.
지적장애엄마들이 자폐엄마들에게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며 속상해하는 엄마들의 말을 간혹 듣습니다.
조현병 환우 카페에 서로를 위한 글 속에 이런 글도 저는 봤습니다.
' 우리 현실이 기가 막히지만, 그래도 자폐가 아닌게 어디예요? 그들을 보고 우리 위로받자구요.'
저는그런 글들을 접하면 웃습니다.
공동체에 함께하는 조현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멀쩡한 일반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나오고 심지어 미국에서까지 대학을 다녔습니다.
현실을 경험해보면, 의미 없습니다.
단, 0.0001%가 부족해도, 그 기능 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해결하지 않으면 일반인들 속에 합류하기 어렵습니다.
아들이 자폐라서 기능이 비교적 좋아 보이는 지적, 경계성, 조현 들을 깎아내리기 위한 글이 아님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글의 주제가 오해와 착각을 다루는 것이기에, 현실 속에 빈번한 착각들을 말씀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위의 경계성 부모들이 겪는 판단착오가 우리 자폐 부모들에게는 없을까요?
더 많습니다. 앞서 언급한 재민 엄마를 보십시오.
병에 관한 잘못된 판단. 해서 당연히 따라붙는 잘못된 치료방법.
거기에 과거의 저처럼 열정과 집요한 근성까지 더해지면 광란의 칼춤이 되는 것입니다.
제가 추는 칼춤에 제가 상처 받는 거야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문제는 우리의 등 뒤에 아이가 있다는 겁니다. 자신의 등이 아이의 피로 흠뻑 젖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이미 늦습니다.
하긴, 평생 깨닫지 못하는 부모도 있을 수 있겠군요.
다음 글에는, 이 칼춤( 잘못된 치료방향들)에 대해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누누히 말하지만, 우리는 오백냥을 들고 마을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귀신 따윈 애초에 없으며,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다름아닌 우리 자신의 공포심이라는 것만 안다면 말입니다.
http://cafe.daum.net/jape1234/LT4m/231
발달장애 정보나눔터 마리안느님 글입니다.
좋은 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