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움직임
신창민 (심리운동 전문가)
이제 만으로 4세 정도 된 남자아이는 운동성이 매우 좋다. 하지만 심리운동실에 와서는 심리운동사보다는 놀잇감이나 놀이 환경에 더 관심이 많았다. 주의력은 조금 흐트러져 있어 관심의 이동도 빠르고, 빨리 성취가 되지 않으면 화도 난다. 그리고 명확한 발음의 언어적 표현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루는 그물 위를 위태롭게 기어올라 원통 속으로 공을 굴리고 굴러 내려가는 것을 관찰한다. 몇 번을 쉬지 않고 반복하고 반복한다.
당연히 그물 위를 올라 공을 넣으라는 지시는 없었다. 심리운동사가 혼자 놀이를 해서 보여 주었을 뿐이다. 이 후에도 다시 한 번 넣어 보라는 지시는 없었다. 다만, ‘와.. 이 높은 그물 위를 올라가서 원통 속에 공을 넣었구나’, ‘손에 공을 가지고 그물을 지나가기 어려울텐데.. 점점 더 잘 지나가는구나’ 등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는 때로 멈추어 심리운동사를 쳐다본다. 지시하지 않고, 단지 무엇을 하던 자신을 부드럽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신기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다음 시간 센터에 들어온 아이는 선생님을 찾아서 웃으며 눈맞춤을 하고, 심리운동실을 지나 교구실로 곧장 뛰어가 손가락으로 공을 가리키며 “공”이라고 말한다.
이런 에피소드는 조금 조심스럽기도 하다. 두어 달 동안 수많은 사연들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어가 발화가 된 것이 단순히 심리운동의 효과라고 말하기도 어렵거니와 언어발달이 두어 달의 노력으로 이런 결과를 갖기도 어려우니 말이다. 다만 준비되어 있던 아이 속의 언어를 토해내도록 하는데 효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 듯하다.
이후에 “(안경) 써요”, “~ 주세요” 등 언어의 확장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이렇게 언어습득을 하고 있는 과정의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발음이 조금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그 순간 비판적인 자세나 지시적인 교정은 금기이다. 요즈음은 이런 사실이 많이 알려져서 부모님들도 ‘아니야 이렇게 발음해야지, 따라 해 봐 ~~~’ 등의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언어발달에 관해 심리운동의 입장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있으며, 소통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러하기에 심리 운동사는 의사소통을 하려는 욕구에 필요한 조건들을 충족시키고, 충분한 환경의 제공을 위해 노력한다.
언어 발달을 위해서 신체적으로는 발성을 위한 호흡기의 연습이 필요하고, 조음을 위해 조음기관도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하며, 청각과 언어중추에 손상이 없어야 한다.
조절된 발음과 발성을 위해 고유수용감각도 적절히 자극되어야 한다.
인지적으로는 모방이 가능해야 하고, 이를 위해 음의 변별이 가능해야 한다. 음의 변별을 위해서는 형태의 변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 보았을 대상영속성을 습득하여 사물에 대한 표상을 상징화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상대방과 사물을 주고받는 활동이 가능해야 언어적으로 주고받기가 가능해진다.
매우 거칠게 부분 부분 표현하였지만 이렇게 언어발달을 위해서는 신체적, 감각적, 인지적, 사회적인 전반적 발달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타인과 의사소통하기 위해 충분한 환경이 필요하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고, 즐겁고, 자신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으며, 새로운 변화가 가능하고, 지시에 의하지 않고 스스로 행동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야 한다.
거기에 더하여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자신의 의사를 경청해 주고, 존중해 주는 상대와의 깊은 신뢰 관계가 의사소통을 시작하려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만으로 4세 정도의 남아는 심리운동실에 들어와 뛰고 달리고 트람폴린을 뛰고, 미끄러지고 뛰어내리고 기어오르며 스스로에게 필요한 감각과 욕구를 추구하였다. 사실 운동성이 좋은 이 아이는 언어발달을 위한 신체적 준비는 갖춰져 있다.
어느 순간 자신이 충분히 스스로를 시험할 수 있는 공간에서 자신에게 지시하지 않으며, 자신의 놀이에 방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지지해 주고, 때로는 긍정적 참여자이자 놀이를 풍성하게 변화시켜 주는 있는 심리운동사를 발견한다.
심리운동사는 아동 자신의 놀이에 참여할 때에도 민감하게 아이의 의견을 묻는다. 피부의 접촉은 아이가 가장 둔감한 팔꿈치에서 시작할 수도 있다.
아이가 표현하는 것들에 대해 (비언어적인 표현이라도) 존중하는 태도로 경청하며, 때로 내가 표현하는 언어와 유사한 말들로 공감을 표현해 준다.
심리운동사가 안전하다고 느껴지면 안기거나 얼굴을 만지거나 손으로 끌어 내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제 센터에 도착하면 심리운동사의 얼굴을 보고 그가 여전히 이곳에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심리운동사와 함께 교구실로 가서 내가 필요한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공”이라고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