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스스로를 파악하고,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타인과 관계를 형성해 갑니다. 그 속에서 자신에게 어떠한 능력이 있는지 알게 되고, 환경에 대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게 되고, 자기라는 존재가 타인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등등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자기에 대한 인식을 확립하게 됩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자아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예쁘게 생긴 아이야, 나는 이 물건을 이렇게 쉽게 잘 다룰 수 있어, 나는 부모님들이 이렇게 소중히 다루고 존중하는 아이야.....’ 이런 경험들로 가득 찬 아이는 스스로를 존중하고 스스로가 존중하는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어떻게 존중해 주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이런 아이들이 건강한, 높은 ‘자아존중감’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심리운동은 아이들을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들로 키우고자 합니다.
심리운동이라 하면 많은 부모님들이 스포츠 활동이라는 생각을 먼저 하십니다. 독일어 ‘Psychomotorik'은 심리와 움직임이라 번역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영, 유, 아동 교육에 움직임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신체의 각 부위는 거기에 상응하는 뇌의 부분들이 존재하고 신체적인 움직임이 많고, 세밀한 조절이 가능한 아동들은 뇌의 각 부위가 골고루 활성화되고 발달된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몸으로 배우는 것은 자신의 것으로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감각통합의 선구자인 J. Ayres는 고유수용 감각, 전정 감각, 촉 지각 등을 3대 기본 감각이라 표현하여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심리운동 이해」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
아이들에게 있어 몸으로 배우고, 도전하는 것이 본능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아이들의 도전은 제한에 부딪치게 됩니다. 집안에서 뛰는 것은 먼지 때문에, 층간 소음 때문에, 침대나 소파가 망가지기 때문에 제한을 받고, 놀이터나 야외에서 매달리고 기어오르고 뛰어내리는 것은 부모님들에게 위험해 보이기 때문에 제한을 받습니다. 아직도 모래 장난을 치거나 비가 고인 물을 찰박찰박 걸어보는 것은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제한을 받습니다. 또한, 이러한 제한들은 일관적이지 못하게도 부모님들의 기분에 따라 조여지기도 하고, 느슨 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상황에서 아이들은 배웁니다. 부모님의 기분에 따라 집안에서는 조용해야 한다는 것,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는 위험한 도전은 금물이라는 것, 비에 흠뻑 젖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등등을 익혀갑니다. 제한이 분명히 필요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과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알려주어야 하지만 너무 많은 제한들은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벅찬 지경입니다. 또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미 어느 정도의 제한은 알고 있으며, 어른들이 기다려 주면 조절이 가능한 것들입니다. 심리운동실에서 늑목에, 뜀틀에 올라가고 매달리는 아이들은 아래에 안전 매트가 깔려 있지 않을 때 더 조심조심 주의를 기울여 수행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상처받아 가는 아이들의 ‘자기’가 존재합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사소한 좌절들을 경험할 때마다 ‘자기’에 상처를 한 줄씩 그려 넣습니다. 상처가 많아지면 ‘나는 이렇게 못난 아이야. 이런 일들은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이야’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방어기제를 사용해서 ‘이 일은 재미가 없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아, 너무 시시해서 안 하는 거야’라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상처가 많은 아이들은 보다 더 자신을 강하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작은 다툼이나 언쟁에도, 참지 못하게 되고 더 큰 공격성을 보입니다. 상처가 많은 아이들은 여유가 없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독불장군이 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이해할 수 없게 되고, 또 다른 상처를 받게 됩니다.
심리운동실에 오는 아이들은 공부를 하거나 배우러 오는 것이 아니라 ‘놀기 위해서’ 옵니다. 뛰고, 달리고, 기고, 구르고, 미끄러져 내리고, 그네 타고, 빠져나가고, 밀어내고, 끌어당기고, 기어오르고, 점프하고, 만들고, 소리 내고, 소리치고 그리고 쉬면서 자신을 시험해보고 도전해 보면서 스스로를 발달시켜 나갑니다. 선생님이 지시해서 자신을 발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전하며 자기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항상 새로운 도전과 움직임에는 선생님의 관심이 함께 합니다. 실패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늑목을 세 칸이나 올라갔구나, 너무 시시하면 다른 친구들이 잘할 수 있게 도와줄래?’라는 선생님의 긍정적인 관심이 함께 합니다.
승부를 내는 상황은 아이들이 놀이에 참여하게 하는 아주 큰 동기를 부여합니다. 경쟁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처가 많은 아이들은 지는 상황에 대해서 참기 어려워하고, 또 다른 좌절을 경험하게 합니다. 승부를 내지 않지만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놀이들 - 사자가 무서워 달아나지만 잡히면 내가 사자가 될 수 있는 놀이, 그물에 잡히면 내가 그물이 되어 보는 놀이, 당근 밭의 당근이었지만 토끼가 나를 뽑아내면 내가 토끼가 되는 놀이 - 을 하며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경험을 합니다.
혼자만 인형을 가지고 놀려고 하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은 빼앗아 내려고 하고, 선생님께 일러 상황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선생님이 ‘함께 가지고 놀아!’하고 인형을 빼앗아 주는 것이 아니라 ‘나도 하나만 줄래?’하고 두 손을 내미는 상황을 보여주면 독점하려는 아이도, 선생님께 기대는 아이도 모두 함께 놀이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축구를 하지만 축구공으로 축구골대에 넣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축구공도, 축구골대도 될 수 있습니다. 농구를 하지만 농구골대가 저 높이 매달려 있지 않습니다. 달리기를 해야 하지만 동굴 속과 밀림 속을 지나갑니다. 매달려야 하지만 철봉이 아니라 타잔처럼 줄을 타고 날아가고, 떨어지면 연못에 빠지게 됩니다. 내가 만든 잠수함으로 바닷속을 다니며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잠수함이 답답한 친구들은 상어가 되면 됩니다. 폭풍이 치는 바다에서도 친구들을 꼭 잡으면 바다에 빠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높은 산에는 친구들이 손을 잡아주면 더 잘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선생님의 옷을 젖게 해도, 내 옷이 흠뻑 젖어도 아무도 혼내지 않는 물총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도입된 ‘심리운동’은 다양한 스포츠 교구들이 아이들과 선생님의 상상력에 따라 바위도, 날개도, 연못도, 날아다니는 양탄자도 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교구가 없더라도 심리운동이 가지고 있는 정신은 어느 곳에서나 펼쳐질 수 있습니다. 물건이 배달되어온 상자는 자동차도, 아이 혼자만의 집도, 동굴도, 마술 주머니도, 골대도 뭐든 상상하는 데로 될 수 있습니다. 움직인다는 것은 아이들이 음성 언어 이전에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고, 도전과 탐험을 현실화하여 창의력과 상상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가는 과정입니다. 움직이는 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작업인지를 인정하고, 다양한 움직임을 시도하는 아이들을 기다려 주고, 아이에게 더 많은 움직임의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도전에 대해 언제나 긍정적인 관심을 보여 줄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부모님들이 기대하는 이상으로 자신을 더 발달시켜 나갈 것입니다.